한숨 돌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美·日 승인 마지막 관문 남아
대한항공, EU에 시정조치안 제출
내년 티웨이 등 LCC에 매각 추진
항공물류 경쟁력 약화 우려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화물사업 부문을 인수할 후보군이 제한점이라는 점, EC의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와 일본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 막판 걸림돌도 거론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화물사업 매각이 미국이나 일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화물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의함에 따라 곧바로 EC에 시정안을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EC가 연내 합병 승인을 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경우 미 법무부(DOJ)와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 경쟁당국과는 시정조치안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해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쟁점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대해서는 고용승계·유지를 조건으로 내년 중 국내 LCC 등에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화물사업을 인수할 만한 주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출은 2021년 연간 3조1493억원, 작년 2조9920억원을 각각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엔 7795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화물 사업을 인수할 경우 떠안아야 할 부채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부담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LCC는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4개사인데, 이 가운데 그나마 체급이 비슷한 기업으로는 티웨이항공 정도가 꼽힌다.
이들 LCC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티웨이항공의 경우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은 화물사업을 인수하기엔 자금력이 부족하다. 대한항공이 고용 지원에 나선 것도 당장 인수 적격자를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묶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인력 등의 이전 가능성, 구체적인 매각 조건 등이 이들 기업들의 행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LCC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LCC들은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에 왔다. 그다음 돌파구는 화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며 "국내 수요가 여의치 않더라도 해외 항공사들은 관심을 가질만 해, 인수 주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에 화물 사업권을 매각할 경우 국가 항공물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쟁력 약화는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관계부처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U의 문턱을 넘은 후엔 미국·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과제로 꼽힌다. 지난 5월엔 미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 제기의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 노선을 경쟁사에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이 이번 EC에 낸 시정조치안에는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취항하는 인천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의 슬롯을 반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중국에서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
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EC 승인 과정에서 화물사업 매각이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인 만큼, 이 점이 미국·일본의 경쟁당국 승인을 받는데 힘을 받을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대한항공은 올해 초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EU,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황 교수는 "EU 승인을 위한 조치는 미국과 일본에도 같이 적용된다"며 "화물사업을 매각했다는 것은 같은 논리를 적용했을 때 반박을 내기 쉽지 않다고 본다. 이번 매각 결정으로 다른 경쟁당국에 대한 고민도 해결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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