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일극체제 바꿔야 대한민국이 산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수도권 일극체제’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친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년 전만 해도 국내 전체의 20% 선이었지만 지금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100대 기업의 본사 중 8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취업자 과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는 수도권의 역할이 컸다. 거대 도시를 통한 인력과 자원의 집적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단점이 장점을 압도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분단은 남북 분단에 버금가는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이다.
한은이 2일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수도권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 26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 반면 국내 2∼4위 도시를 합산한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으로, 이처럼 극단적으로 수도권 한 곳에 집중이 이뤄진 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은 청년층(15∼34세)의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5~2021년 수도권에서 늘어난 인구의 78.5%는 청년층이라고 한다. 청년이 빠져나간 비수도권의 출산은 급감했고,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출산이 줄었다. 수도권 거주 여건도 열악해지고 있다. 인구 밀집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교통 혼잡이 증가하며, 환경 오염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의 10%밖에 안 되는 수도권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교육 혁신은 지역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중앙 정부는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 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으로 수도권의 핵심인 서울을 더 키우는 ‘메가 서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교육발전특구 정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책 목표는 인재를 지역에 정주시킨다는 것이지만, 교육발전특구 안의 명문학교는 결국 서울의 인기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 통로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대학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지만 취업·주거난에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못 낸다. 수도권이 잘살면 주변으로 파급돼 언젠가는 지방과 농어촌까지 모두 잘살게 될 것이라는 신화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메가 서울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을 비대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바꿔야 대한민국이 산다. 메가 서울 구상은 국토 전체를 어떻게 균형 있게 개발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 국가 행정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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