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명문고서 지방대로 진학 유도… 학교 서열화 우려도 [2024년부터 '교육특구' 시범운영]
“기업, 지방 유치 위해 공교육 환경 개선”
공기관 전문분야 특성화 과정 운영 등
비수도권 학교에 규제 풀고 파격 혜택
2024년부터 시범운영… 맞춤형 특례 지원
교육계 “단기간 지역大 키우기 어려워”
“특목고 난립… 지역 격차 확대” 지적도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발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김민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홍두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장 차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연합뉴스 |
정부의 계획에는 유아 돌봄부터 초·중·고 교육,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교육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지금까지 비수도권 인구 감소 관련 정책은 주로 기업 유치나 지방대 살리기 정책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유·초·중·고 단계의 공교육 환경 개선 방안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도 교육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인구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기업 유치를 추진할 때 교육·정주 여건이 걸림돌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구에서는 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유치원·어린이집 단계에서부터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선다. 초·중·고는 자율성을 강화해 ‘명문고’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은 지역 산업 특화 학과를 키우거나 인기 학과의 지역인재 전형을 늘려 고교 졸업생이 떠나지 않도록 한다. 대학과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을 높여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 취업까지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이사한 임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공공기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 관련 A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 뒤 지역 고교·대학과 교육과정을 연계하면 A기업 직원 자녀들은 고교에서부터 첨단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고교 졸업 후에는 지역 대학의 지역인재 입학전형을 통해 첨단기술 관련 학과에 입학한 뒤 A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자녀 교육을 이유로 가족을 남겨 두고 혼자 가는 경우도 많다”며 “교육이 뒷받침되면 직원 이주 등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특구 계획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좋은 학교’는 ‘서울 주요대 등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로 여겨지는 분위기여서 ‘명문고 졸업생이 서울 아닌 지역 대학을 선택하게 한다’는 정부의 목표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이미 의학 계열은 수도권보다 뛰어난 비수도권 대학이 있다”며 “의대는 현재 40% 이상인 지역인재 전형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의대는 특수한 경우라 일반화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의대 외 학과에서는 서울과 경쟁할 정도의 지역 대학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원에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는 “지역과 서울 대학 중 대부분 서울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기적으론 맞는 방향일지 몰라도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특구에서 만들어지는 명문고는 ‘입시 명문고’가 되고, 고교 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율형사립고 등이 늘고 특구로 지정되지 못한 지역과의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특구가) 학교나 지역 차원의 우열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특구가 지향하는 ‘좋은 학교’는 특목고가 아니다”라며 “주민이 원하는 학교를 공교육 틀에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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