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치솟고 유가 하락 더뎌 10월 물가 3.8% ↑… 먹거리 비상
정부, 농산물 1만1000t 방출
이상기후 탓 사과 72% 상추 41% ↑
신선식품지수 덩달아 12% 올라
우유·아이스크림·주류 등 줄인상
“3%대 물가상승 뉴노멀 될 수도”
추경호 “물가하락 예상보다 완만”
연말 물가 상승 3% 초중반 전망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폭을 키우며 지난달 3.8% 상승했다.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상저온 현상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정부는 김장재료 수급 안정을 위해 배추 등 농산물 1만1000t을 방출키로 하는 등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띄우며 총력전에 나섰다.
“장보기 겁나네” 소비자들이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상추 등 채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올라 지난 9월(3.7%)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연합뉴스 |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배경으로는 우선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점이 꼽힌다. 10월 석유류는 1.3% 하락했지만 전월보다 1.4%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 기여도도 9월 ?0.2%포인트에서 10월 ?0.1%포인트로 높아졌다.
또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7.3% 올라 9월(3.7%)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이 13.5% 올랐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사과(72.4%), 상추(40.7%), 파(24.6%) 등의 상승폭이 컸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달 이상저온 현상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어든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신선과실지수는 26.2% 상승했는데 이는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김장 주재료인 배추·무와 공급 감소가 우려되는 고춧가루, 대파 등 수입산을 포함한 정부 비축 물량 약 1만1000t을 방출할 계획이다. 배추는 농협 출하계약 물량 2700t을 도매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공급량이 충분한 무는 1000t가량을 수매해 비축한 뒤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투입한다. 천일염의 경우 정부 비축 천일염 최대 1만t을 시장에 공급한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아울러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10%포인트 상향하고 커피·코코아 등 수입품과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 과일·식품원료에 대해서는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하지만 최근 가공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 등 향후 물가를 밀어 올릴 요인도 적지 않아 장바구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1일부터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흰 우유는 900㎖ 기준으로 3000원을 넘었다. 편의점에서 1700원이던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전날부터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매일유업 우유속에딸기 등 3품목은 100원 올라 1900원이 됐다. 우유를 원료를 쓰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됐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달 6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300∼500원 올렸다. 연말을 앞두고 소주와 맥주 가격도 조정됐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는 7%, 켈리 등 맥주 출고가는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소주·맥주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 판매 가격은 1000원 정도씩 더 많이 올라 부담이 커진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해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발이 아닌 공급발 물가상승이라 이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원자재가 불확실성이 상존해 단기간 내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또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분위기”라며 “한은도 이에 맞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전기세 등 공공요금도 현실화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3~4%대 물가 상승률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이진경·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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