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매각’ 결정… 기업결합 큰 고비 넘겨
대한항공 “2024년 1월말까지 완료”
유럽 노선에 경쟁 제한 우려 불식
EU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 높아져
양사 지원 합의… 유동성 공급 예정
美 관문 통과 등 마지막 고비 남아
반독점 이슈 소송 우려 대책 준비
화물사업 인수기업 물색도 난제
아시아나 노조 반발 무마 과제로
“고용 유지 조건 매각 추진 계획”
3년 동안 이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당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꺼내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 방안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을 얻었다. 양사 합병에 있어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결합 마지막 단계인 미국·일본 당국의 심사와 화물사업 매각 등은 과제로 남았다.
이번 이사회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로부터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심사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시아나항공과 자금 지원 합의도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계약금·중도금의 인출·사용, 아시아나항공의 신규 영구전환사채 발행, 인수계약금 3000억원 중 1500억원의 이행보증금 전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한항공 측은 “유럽 경쟁당국의 이번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을 기점으로 빠른 시일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남아 있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양사 간 자금 지원 합의 체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어려움도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EU·미국·일본 심사 남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통합 추진 발표로 본격화했다.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EU와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승인을 받았다. 차근차근 진행되던 합병작업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올 들어 5월 EU가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양사의 기업결합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항공 시정조치안에는 여객 부문에서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EU향 중복 노선에 대한 국내 타 항공사 진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EU 집행위가 화물사업 매각을 전제로 합병 승인을 하면 두 회사 간의 기업결합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후에 남은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는 내년 초에 종결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목표다. 이들 당국도 까다로운 경쟁 요건을 내세워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보유 중인 여러 슬롯을 반납했는데, 추가로 반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물 매각과 노조 반발도 과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분리 매각하기로 했지만 이를 사들일 국내 기업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출은 3조원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795억원으로 급감했다. 인수 기업은 1조원으로 추산되는 화물사업부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출 비중은 한때 70%가 넘었지만 지금은 21.7%로 쪼그라든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와 다수 조종사노조인 조종사노조(APU), 소수 조종사노조인 열린조종사노조는 모두 화물사업부 매각에 반대해왔다. 일반노조는 EU 집행위 측에 반대 서명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인수하는 기업이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고용승계·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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