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따뜻한 신상 파카… 그게 재활용 가장 힘든 해양 플라스틱이라네요

박건형 기자 2023. 11.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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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박건형의 홀리테크]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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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악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하더니 미세 플라스틱이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사람의 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4억3000만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됩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류의 무게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3분의 1은 버려지기 전까지 사용되는 시간이 몇 초 또는 몇 분 정도에 그칩니다. ‘일회용’이라는 것이죠. 맥킨지에 따르면 모든 플라스틱의 4분의 1 이상은 포장에 사용되는데, 이 플라스틱은 95%가 한 번 사용하면 폐기됩니다.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1200억달러(약 162조2800억원)에 이릅니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습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중남미와 아시아 해안에 밀려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해 고성능 실로 재활용하는 ‘바이오닉’사의 섬유로 재킷을 만든다. /조선일보DB·파타고니아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는 세상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죠. 실제로 갈수록 더 많은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플라스틱의 절반이 지난 20년 동안 만들어졌습니다.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플라스틱 생산량은 매년 약 5% 증가해, 2050년이면 현재 총량의 3배인 340억톤이 생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지난해 보고서는 플라스틱의 72%가 매립되거나 환경에 버려진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19%가 소각됐고 단 9%만이 재활용됐습니다. 이 통계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재활용 비율을 높여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버려지거나 매립되는 플라스틱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생산량이 늘어나도 총량은 늘어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런 구상을 실천에 옮기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에버레인, 로시스 등 여러 의류와 신발 업체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칼립투스와 메리노 울처럼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찾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올버즈도 있습니다.

◇'우리 유일한 주주는 지구’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입니다. 보슬보슬한 ‘플리스’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두 가지 철학을 지켜 왔습니다. ‘목적은 지구, 사업은 수단’이라는 모토를 내세우죠. 2011년 파타고니아는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 ‘블랙 프라이데이’에 “우리 옷을 사지 마라”는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소비자에게 구매를 재고할 것을 장려하지 않으면서 환경 변화를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2022년 “파타고니아는 공개 기업이 아닌 목적 기업”이라며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가 지구라고 선언했습니다. 회사의 의결권 주식 전부를 비영리 신탁 회사에 기부했습니다. 당시 가치 4조20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이었습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회사 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재투자 비용을 제외하면 모든 이익을 환경 위기 해결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와 과거의 경영 활동을 나열하는 것보다 파타고니아가 이번 가을에 내놓은 신상품으로 파타고니아의 노력을 설명하는 쪽이 더 명확할 것 같습니다. 899달러의 ‘스톰섀도 파카’라는 이 제품은 파타고니아 역사상 가장 따뜻한 재킷으로 원료는 해양 플라스틱입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썼다.

◇바이오닉·고어텍스와 협업해 신소재 개발

파타고니아는 바이오닉이라는 재활용 플라스틱 업체와 협업했습니다. 바이오닉은 중남미와 아시아 해안에서 밀려오는 플라스틱을 수집해 코스타리카 코바노에 있는 시설로 옮깁니다. 그다음 이 재료를 고성능 실로 변환합니다. 파타고니아와 바이오닉이 해양 플라스틱에 집중한 것은 지상에서 정상적인 경로로 수집된 플라스틱, 예를 들어 페트병 같은 경우에는 이미 음료 회사 등에서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해양 플라스틱의 경우 먼지, 비, 소금 등에 오염돼 정제가 힘들고 손상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가공도, 우수한 소재로 재활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작업을 총괄한 파타고니아 글로벌 제품 디렉터 마크 리틀은 “우리는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면서 “바이오니아, 첨단 섬유 회사 고어텍스와 함께 방풍·방수 기능이 있는 재킷용 외부 소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 회사는 기존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화학물질’을 제거하기로 한 거죠. 고어텍스 같은 회사들은 지금까지 강력한 방수 기능을 구현하고자 이런 화학물질을 필수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고어텍스를 설득해 공정에서 해당 물질을 제거하고도 같은 성능을 내는 ‘확장 폴리에틸렌(ePE)’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픽=김의균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판 1위

기술 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파타고니아의 재킷은 지속 가능한 소재의 혁신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재활용 섬유는 순수 섬유보다 효과적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도 충분한 진보를 이뤄냈다”고 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의 내구연한이 최소 10년이라고 자신합니다.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친환경이 아니라 옷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부터 스타일, 내구성까지 모두 해결했다는 것이죠. 남들이 하지 않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파타고니아의 사업 성적표는 어떨까요. 파타고니아의 지난해 매출은 15억달러, 이익은 2억910만달러에 이릅니다. 나이키 같은 초대형 패션 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익에 목매지 않는 기업으로는 주목할 만한 실적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올해 미국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폴이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철학에 공감하는 소비자라는 고마운 동반자가 함께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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