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로 1억4천만원 꿀꺽?'…업체 뒷돈 받은 기아 노조간부 구속

서영지 기자 2023. 11. 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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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노조의 티셔츠 입찰선정 사양서. 〈사진=연합뉴스〉
기아 노조 간부가 조합원들에게 돌릴 티셔츠 입찰 업체들과 짜고 뒷돈을 챙긴 사실이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아 노조 간부 A씨를 전날 구속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9월 기아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단체 티셔츠 2만 8200벌을 사는 과정에서 입찰 업체와 짜고 원가 1만 300원짜리를 1만 5400원에 납품하도록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 43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습니다.

납품 업체 선정은 공개입찰 방식이었지만, A씨는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 모두와 사전에 모의했습니다. B 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쓰도록 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쓴 C 업체가 선정되도록 조작했습니다.

이후 C 업체는 입찰가와 원가 간 차액을 A씨가 아닌 다른 조합원 D씨에게 건넸습니다. 이 돈은 몇 단계를 거쳐 현금으로 인출된 뒤 A씨에게 흘러갔습니다.

경찰은 B 업체와 C 업체 대표 및 관계자, 현금을 전달한 D씨 등 11명도 입찰방해,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일부 조합원이 단체로 받은 티셔츠의 질이 낮다고 문제 삼아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내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조합원들은 티셔츠 재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일론 86%·폴리우레탄 14% 합성인 데다, 라벨은 의류업체가 아닌 모 가구업체의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노조 집행부는 광명 소하리 공장에 먼저 티셔츠를 나눠줬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후 광주 공장에 나눠줄 때는 티셔츠의 라벨을 가위로 잘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조합원들의 항의가 더 거세졌습니다.

입찰 선정과 티셔츠 제작이 너무 빠르게 이뤄진 것도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키웠습니다.

노조에서 티셔츠 사업 보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8월 23일, 티셔츠 지급이 이뤄진 것은 같은 해 9월 5일부터입니다.

평균 7일인 입찰공고, 서류 접수, 현장실사, 제작업체 선장까지 빠르게 진행했다고 해도 티셔츠 생산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겁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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