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택한 아시아나…‘반쪽 합병’ 비판 속 남은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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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합병) 핵심 쟁점이었던 '화물사업 분리 매각' 안건을 2일 통과시킨 것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 찬성론자들은 화물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하루빨리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이 유럽 인기 노선을 반납하면 합병 시너지가 상당 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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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합병 미·일 심사 가시밭
이해충돌 시비 이사, 표결 참석 논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합병) 핵심 쟁점이었던 ‘화물사업 분리 매각’ 안건을 2일 통과시킨 것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막대한 규모의 부채로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홀로서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따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화물운송 사업 포기는 합병 시너지를 반감시키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합병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 찬성론자들은 화물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하루빨리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론자들은 화물사업을 포기하면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와 주주 가치를 떨어뜨려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사 간 이견으로 표결조차 못 하고 회의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현실적으로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날 이사회에서 매각 찬성론이 다소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매출 3조254억원에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601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주 채권자로 3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합병 무산 때,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이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일단 한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앞날은 녹록지 않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지적한 유럽~한국 노선의 화물 독점 문제를 일부 해소했을 뿐, 집행위가 합병을 승인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남은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도 앞두고 있어서다.
‘반쪽 합병’을 둘러싼 비판 여론도 넘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이 유럽 인기 노선을 반납하면 합병 시너지가 상당 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다. 화물사업이나 노선을 넘겨받을 항공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대한항공으로서는 고민거리다.
물론 화물사업 포기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화물사업 실적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반짝 좋았을 뿐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큰 손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해 화물운송 단가 상승 영향으로 2021년 3조1493억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79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화물사업은 전체 매출의 20% 수준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 과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의외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해충돌 논란으로 지난달 30일 이사회가 파행으로 흐르게 한 윤창번 이사가 이번에는 해당 문제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권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져서다. 윤 이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와 관련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이다. 이날 한 사외이사가 표결을 하지 않고 중도 퇴장한 것도 이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인수 합병 계약금과 중도금(총 7천억원)을 인출해 운영자금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와 함께 기업 결합 완료 기한도 내년 12월20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8.68%(970원) 떨어진 1만210원에 장을 마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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