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부고장

김해미 소설가 2023. 11.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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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카톡 방에 느닷없이 한 친구의 부고가 떴다.

어젯밤, 나랑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눈 친구였다.

젊은 날엔 음악을 하는 남편을 보필하느라고 고생 꽤나 하던 친구.

우리가 이러하니 운전했던 친구의 남편은 얼마나 죄책감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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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미 소설가.

단체 카톡 방에 느닷없이 한 친구의 부고가 떴다. 어젯밤, 나랑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눈 친구였다. 이어서 사인이 교통사고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창 중에 첫 번째로 결혼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출산도, 자녀 결혼도 첫 번째로 했다. 마지막 가는 길은 또 왜 이리도 급했던 건지.

다음날 긴급하게 추려진 조문단 네 명이 친구의 장례식장이 있는 소도시로 향했다.

우리는 격월로 이곳 대전에서 정기모임을 하는 열 명 남짓 되는 여고 동창생이다. 우리의 목표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모두가 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벌써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젊은 날엔 음악을 하는 남편을 보필하느라고 고생 꽤나 하던 친구. 이제는 귀향하여 고향 집 마당에서 이따금 작은 음악회를 열면서도, 뒤늦게 처녀시집까지 낸 재주꾼이다. 모임이 있는 날엔 누구보다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던 그녀. 말솜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산골의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고향 사람들과 어우렁더우렁 지내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제 남매도 결혼해 자리 잡았으니 두 내외 재미있게 살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7년이나 동행한 승용차를 타고 나선 외출 길에서 예기치 못한 급발진 사고를 당한 것이다. 더욱이나 결정적 사인이 된 안전벨트 미착용. 장례식에 가는 내내 우리는 도저히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가 이러하니 운전했던 친구의 남편은 얼마나 죄책감을 느낄까.

예상했던 대로 그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눈물로 우리를 맞았다.

"아아, 나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아내 없이 이제, 내가 어찌 살지 싶네요."

우리는 그저 사고였을 뿐 결코 당신 탓이 아니라고, 그것은 오직 신의 영역이라고 달래줬으나 말하는 우리조차도 용납 못 하겠는데 그는 어떨까 모르겠다.

남겨진 그가, 홀로 견뎌낼 온갖 어려움이 눈에 선하다. 그가 그 모든 것들을 지혜롭게 잘 극복해 내길 기도한다. 친구의 영정사진은 왜 그리 밝고, 예쁜지.
김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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