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현장 우려 잘 안다"…R＆D 예산 삭감 반발 달래기

과학기술연구 중심 대전서 '연구' 지원 의지 강조
"미래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연구 소홀하지 않을 것"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구조조정과 관련해 "연구 현장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R＆D 예산 삭감 결정을 두고 정부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이어지자 오해 불식에 나선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신진 연구자와 만난 뒤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연구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격의 없이 편안하게 정부 정책에 관해 고쳤으면 좋겠다는 점이나 새로 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들어보겠다"며 "편하게 말씀해달라"고 소통을 시도했다.

이어 미래비전 선포식에서는 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현장 우려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 R＆D 예산을 앞으로 더 확대하기 위한 실태 파악 과정에서 내년 R＆D 예산 일부 항목 지출이 조정됐다"며 "연구 현장 우려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R＆D다운 R＆D에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R＆D 예산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단행된 R＆D 구조조정이 연구활동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과거부터 형식적으로 이뤄진 R＆D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식 행위로 시행되는 R＆D에 들어가는 국민 혈세를 막고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해 국가 미래 핵심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예산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국회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R＆D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히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지금 반드시 해야 할 연구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연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R＆D 예산 재조정이 필요했던 이유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야권에서 계속 제기되는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는 한편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해 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칫 R＆D 예산 구조조정이 야당에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연구자들이 등을 돌릴 경우 과학기술 정책 추진 동력도 훼손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예산 국회가 전날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과 맞물려 내년 R＆D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된 것을 겨냥해 "정부가 나서서 성장 기반을 허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가 R＆D 재정 예산은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짚은 것도 야당을 향한 반박 메시지로 풀이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R＆D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곳에 하겠다는 뜻"이라며 "미래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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