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끈적한 물가… 추경호 "범부처 물가안정체계 가동"
"연말로 갈수록 안정" 빗나가
이상저온 여파 시차 두고 해소
중동불안은 지속적 상승 압력
기재부의 물가흐름에 대한 공식 입장은 "점차 안정된다"는 것이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연말로 갈수록 안정된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이날 물가동향 관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물가당국인 기재부의 이같은 언급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추세적 물가추이를 보여주는 근원물가(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상승하면서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9월 근원물가는 3.3%였다. 0.1%포인트(p) 하락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9월 4.2%에서 4.1%로 떨어졌다.
문제는 체감물가다.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지수는 여전히 발표수치와는 달라서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0월 한달동안 12.1% 올랐다.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가운데 신선과실지수는 26.2% 뛰어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오름폭이 컸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6% 올랐다.
향후 물가 추이가 불확실하다는 것도 당국에 부담이다. 이상저온은 시차를 두고 해소된다고 해도 중동불안은 여전히 물가를 옥죌 수 있다.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물가는)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유가 등 대외변수는 차치하고 대내적 요인에 대한 물가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를 총동원해 사실상 물가관리에 나서겠다는 게 핵심이다. 추 부총리는 "모든 부처가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돼 수급관리,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책임관(차관)의 현장의견을 반영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응책은 새로운 것이 아닌데다 과거 실패사례가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2008년 물가 4.7%까지 치솟았던 이명박 정부 당시 생활필수품 52개를 선정, 품목별 물가책임관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다.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이 쌀을 맡고 식품산업안정실장이 배추, 돼지고기 등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동원돼 담합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실장이 차관으로 격상된 정도가 차이다. 하지만 MB물가는 정책시행 뒤 3년 후 해당 품목들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면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올랐는데도 가격 인상을 못하게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웅크리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한꺼번에 인상을 한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평가했다.
유가불안에 이은 물가불안이 이어지면 통화정책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개최한 세미나에 참석,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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