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고물가, 빚더미 보고서도 돈 풀라는 李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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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것 같던 물가가 석 달째 3%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지난해 7월 6%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7월 2%대로 내려와 안정세를 찾는 것 아닌가 했으나 다시 반대 흐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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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요구는 선심성 포퓰리즘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은 복합적이다. 장기간의 저금리 시기를 거치면서 시중에 대거 풀린 돈이 자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급박한 대외정세로 야기된 공급불안이 물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지난달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로 석유와 원자재 시장은 불안의 연속이다.
농산물 작황이 순조롭지 않아 채소류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달에도 13.5%나 급등했다. 상승폭은 2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가을에는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화되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반대로 더 악화됐다.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지난달 3.6%나 올랐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가가 뛰면 서민들의 삶은 직격탄을 맞는다. 정부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김장철을 앞둔 시기인 만큼 배추, 무 등 농산물과 천일염 대량공급 계획도 내놓았다. 가공식료품의 부가가치세 면세는 2025년까지 연장하고, 에너지바우처 제도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인플레에 대한 처방은 보다 장기적이어야 하고, 사회 전체의 고통분담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고물가·고유가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할 정책과 관행, 소비행태를 개선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횡행할 조짐을 보이는 포퓰리즘병을 막아내는 게 시급하다. 퍼주기식 선심정치는 정치권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확장재정 요구는 무책임하다. 이 대표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린다"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나랏빚은 1100조원에 이르렀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한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다. 그칠 줄 모르고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이대로 가다간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외국 기관들의 경고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을 확장하는 것은 물가를 더 끌어올려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은 맞고도 불가피한 방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금리가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고, 인플레 둔화세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걱정에 미국과 다른 행보를 걸었던 한국은행은 계속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와 잡히지 않는 물가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정공법을 쓰는 게 바른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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