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혼돈과 자유 가득…이창래 소설 '타국에서의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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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미국 청년 틸러 바드먼은 한국인의 피가 아주 조금 섞여 거의 백인과 구별되지 않는 혼혈인이다.
뉴저지주의 대학도시 던바 출신인 그는 대기업 관리직에 있던 아버지 덕에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그 어떤 대상과 인물에도 감정적인 애착이나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하던 그는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어느 날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화학자인 퐁 로우와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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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20세 미국 청년 틸러 바드먼은 한국인의 피가 아주 조금 섞여 거의 백인과 구별되지 않는 혼혈인이다. 뉴저지주의 대학도시 던바 출신인 그는 대기업 관리직에 있던 아버지 덕에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틸러가 느끼는 결핍은 인종이나 경제적 측면보다는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의 피를 조금 물려주고서 가출해버린 어머니는 "무한히 펼쳐지는 허무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던 사람이었다.
틸러는 사라진 어머니를 대신해 싱글 대디로 자신을 돌봐준 아버지의 사랑도 추상적이라고 느끼고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상대적으로 안온한 환경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속한 곳에 완전히 뿌리 내리지는 못한 채 끊임없이 겉도는 틸러. 그 어떤 대상과 인물에도 감정적인 애착이나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하던 그는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어느 날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화학자인 퐁 로우와 조우한다.
중년의 퐁과 틸러는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유대감을 느끼고, 틸러는 퐁의 제안에 따라 동아시아로 흥미로우면서도 기이한 해외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이 여행은 이후 틸러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영향을 준다.
최근 번역 출간된 미국의 한국계 소설가 이창래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타국에서의 일 년'(원제 My Year Abroad)의 대강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비교적 과작인 작가가 '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후 9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미국에서는 2021년 출간돼 호평받았다.
'영원한 이방인', '척하는 삶'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에도 고정독자층을 보유한 작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한 미국 청년의 성장기라는 색다른 소재를 택했다.
우연히 만난 타인에게 이끌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등지고 낯선 세계로 훌쩍 떠나버리는 틸러의 여정은 누군가로부터, 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동아시아 유랑기에 더해 주인공 틸러가 여행 이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연상의 30대 여인 밸과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이야기도 흥미롭다.
밸은 불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남편을 버리고 달아나 수사기관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아들과 함께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인물. 밸의 자살 기도를 막아내면서 틸러는 자신의 과거 상처를 마주하고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기이하고도 독특한 분위기의 이 작품을 '성장소설'이라고 거칠게 분류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젊음의 특징인 혼란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소설이다. 이창래의 팬들이라면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매력의 이 신작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RHK. 강동혁 옮김. 700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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