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 '공무원 뇌물 무마' 관련 위증 혐의 피고발
뉴스타파가 보도한 검찰의 ‘공무원 뇌물 무마 사건’과 관련해, 이진동 서울 서부지검장이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 사건의 제보자였던 김희석 씨는 고발장에서, 자신의 “진술번복, 진술거부, 소환불응, 출석거부” 때문에 수사가 제때 되지 않았다는 이진동 지검장의 국회 증언이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에 뇌물줬다” 자백... 7년 만에 기소한 검찰
지난해 10월 18일,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외전>이라는 제목으로 공무원 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의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김희석 씨가 수사를 받을 당시 다른 공무원에게도 뇌물을 줬다고 자백했지만 검찰은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김희석 씨의 진술대로 돈이 오간 사실을 확인했고 수사보고서까지 작성했으나 끝내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 김희석 씨는 수감되어 있는 와중에도 여러 검사들에게 뇌물 공여 사실을 재차 제보했으나 어떤 검사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김 씨는 자신의 뇌물 공여 사실을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강제 수사를 벌인 끝에 7천만 원의 뇌물과 200여만 원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강현도 오산시 부시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7월 12일, 같은 혐의로 강 부시장을 기소했다.
자신이 자백한 사건을 검찰이 7년 만에 기소하자, 김희석 씨는 그동안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혐의로 검사 3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혐의는 특수직무유기였다. 특수직무유기는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범죄를 말한다.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 “제보자가 소환불응, 진술거부, 진술번복했다” 국회 증언
뇌물 공여자가 자백한 공무원 뇌물 수수 혐의를 계좌 내역까지 확보하고도 계속 뭉개다 무려 7년 만에, 그것도 경찰의 수사가 있은 뒤에야 기소한 사건에 국회의원들은 주목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7년 만에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의 자의에 따라 사건을 덮을 수도 있고 기소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검찰 기소 독점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한 질의 주제가 됐다.
답변에 나선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김희석 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진술도 거부하고 소환도 불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7년 전에는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권칠승 국회 법사위 위원 : 당사자 자백도 있고 증거도 있는데 왜 그때 수사가 안됐느냐, 이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 : 그러니까 그 제보자 얘기만 들으면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저희가 조사한 것 전체를 다 보시면 전혀 의문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략)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 : 2017년도 초에 본격적으로 그 뇌물사건을 수사하려고 수사 착수를 했는데 그때부터 그 김희석 씨는 진술을 번복하고 진술도 거부하고 소환도 불응했습니다. 그 이유는 뭐였냐면, 본인이 횡령으로 재판받는 사건이 있는데 거기에 본인이 이것까지 조사 받으면 뇌물 공여가 추가가 되면 본인 형사 사건이 불리하게 될 것 같아 가지고 본인이 진술을 못하겠다 번복을 하고 출석을 거부한 상황이었습니다. (중략) 이 분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진술을 안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 단계에서는 '혐의없음'으로 종결하는 게 가장 맞는 거고 이거는 어느 검사가 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중 (2023.10.17)
김희석 “소환불응, 진술거부, 진술번복한 적 없어… 명백한 위증”
그러나 김희석 씨는 고발장에서, 자신은 소환 불응이나 진술 번복, 진술 거부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진동 서부지검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수감 시절 출정 이력을 증거로 제출했다. 출정이란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가 검찰에 소환되거나 법원에 출석하는 것을 말한다.
검사의 출정 요구를 재소자가 거부할 경우 반드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 사실은 출정 이력에 기록된다. 검사가 출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출정 이력에 ‘거부’라고 기록되며 비고란에 취소 사유나 담당자의 이름이 기재된다. 그런데 김희석 씨의 2017년 출정 이력에는 ‘불출석 사유서 제출’이나 ‘거부’라고 기재된 사실이 전혀 없다. 즉, 기록상으로만 보면 이진동 지검장의 국회 증언과 달리 소환에 불응한 사실이 없는 것이다.
이진동 지검장이 언급한 진술 거부나 진술 번복과 관련해서는 “진술을 번복했다면 번복된 진술이라는 것을 대조할 수 있는 진술조서들이나 관련 수사보고 등 공식적인 기록이 검찰이 사용하는 형사사법포털 내부망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김희석 씨는 주장했다.
“검찰 기록만 확인하면 위증 여부 알 수 있어”
김희석 씨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모두 4차례에 걸쳐 검찰에 공무원 뇌물 사건을 자백했다. 수사 검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기까지 하면서 수사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고, 경찰이 수사를 한 뒤에야 이를 7년 만에 기소했다. 그리고 이를 따져묻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검사장급 고위 검사가 '제보자 때문에 수사를 제때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 위증이 확인될 경우 검찰이 져야할 책임은 크고 무겁다.
고발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권준상 변호사는, “이진동 검사장의 국회 증언처럼 김희석 씨의 소환 불응이나 진술 거부, 진술 번복 때문에 내사가 종결됐다면 이를 적시한 검찰의 내사사건기록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면서 “공수처가 기록과 관련 법규를 기준으로 위증 여부를 수사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