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계를 대면 또 과거 정부를 비난하는 게 되기 때문에…”

이상헌 기자 2023. 11. 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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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대덕특구 50주년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통계를 대면 또 과거 정부를 비난하는 게 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타운홀 방식으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을 이어가다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 취업자 수 증가폭 등 경제 성과를 강조하려는 게 자칫 ‘전(前) 정부’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심한 대목이다.

이처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현장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방식, 정부 재정과 예산 운용에 대한 ‘미세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의 선거나 표심보다는 건전재정과 약자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재임 중 연구개발(R&D) 예산은 늘려갈 것”이라며 예산 삭감을 둘러싼 과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尹 “재임 중 R&D 예산 늘려 갈 것”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SBS D포럼과의 특별 대담에서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 재임 중에 R&D 예산은 늘려갈 것이고, 많이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이 투자하기에는 너무 앞선 기술 예를 들면 기초 원천 기술이라든가 아니면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아직 몇 년 이내에 상용화하기 어려운 그런 아주 최첨단 기술 같은 경우에 그거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며 “그런데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 투자를 하는 것이 재정 R&D”라고 강조했다. R&D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 우려와 일각의 비판이 계속되자 윤 대통령이 불식에 나선 것.

앞서 윤 대통령은 10월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R&D 예산과 관련해 지원 규모 확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신)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尹 “통계를 대면 또 과거 정부를 비난하는 게 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1일 ‘민생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정부 재정과 예산 배정에 대한 고충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기존에 돈이 나가는 데에서 이거를 가지고 오게 되면 여기서 반발하는 그런 분들의 어떤 정치적 파워라는 건 강하게 결집하게 돼 있다”며 “저는 어쨌든 단임 대통령으로서, 우리 집권 여당에서는 저를 많이 밀어주고 도와주지만 선거를 앞에 두고 이런 소위 약자 복지하고 건전재정은 좋은데 사이즈를 좀 늘려야 되는 거 아니냐, 기존에 봤던 사람들 거를 그렇게 막 깎아서야 이거 뭐 선거 치르겠느냐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이라는 거는 선거보다는 또는 정치보다는 일단 국민을 먼저 위해야 되고, 국가의 본질 기능이라는 거는 어려운 사람한테 손을 내미는 것”이라며 “정말 나라가 많은 돈을 못 주고 많은 힘이 안 되더라도 그야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고려했을 때 정부 재정을 적극 투입하고, 예산 삭감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하겠지만 건전재정 등의 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방만한 정부 재정 운용은 물가 상승을 야기해 서민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그럼에도 따뜻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협조를 강조한 만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 어떤 시장 활성화에 의해서 일자리가 역대 정부보다 많이 늘었다”며 “통계를 대면 또 과거 정부를 비난하는 게 되기 때문에 하여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 그렇다 하더라도 서민들의 삶이 과연 이렇게 좀 나아졌느냐, 저는 그거는 아직까지는 이렇게 영향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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