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에 ‘하따’ 개미들 몰렸다
시세조종(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이후 6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1일 2015년 한국거래소의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 이후 최장 기간 동안 연쇄 하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2일 그 기록을 새로 세웠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영풍제지는 개장 직후부터 전날 대비 가격제한폭(-29.90%)까지 내린 4010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거래 정지 전 3만3900원에서 이날까지 88.2% 급락했다. 아직 매물이 모두 소화되지 않아 매도 잔량도 2500만주에 달한다.
시세조종 세력이 체포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달 18일까지 포함하면 총 7거래일 연속 하한가다. 첫 하한가 전날 종가(4만8400원)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10분의 1 미만인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날 거래량은 영풍제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크게 늘었다. 이날 정규장 마감까지 약 745만주가 거래되며 전날(49만8000주)의 15배를 넘어섰다. 하한가 종목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하는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투자심리가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이 약 307만4000주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판 투자주체는 기타법인으로 약 301만7000주를 순매도했다.
영풍제지가 거래재개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최대주주 대양금속에 대출을 제공한 은행들도 손실 위기에 놓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지난 5월 NH농협은행에서 영풍제지 주식 166만6667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빌렸다. 사실상 영풍제지 1주당 6000원에 대출을 받은 것으로, NH농협은행 입장에서는 현 주가에서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대양금속은 9월에도 대구은행으로부터 영풍제지 주식 1112만5000주를 담보로 총 340억원을 대출받았다. 영풍제지 1주당 2000원~6000원대에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계속 기록할 경우 대구은행도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증권가에선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한 키움증권이 약 4000억원의 손실액을 확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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