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방·혐오 정당현수막 사라졌나…금지 조례 만든 송파구 가보니

이세현 기자 2023. 11. 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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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주민평가단 통해 모욕 문구 담긴 정당현수막 철거 시작
2일 서울특별시 송파구의 한 거리〈사진=이세현 기자〉


"정치인이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혐오 비방 정당현수막 금지하기로 한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에요."(서울특별시 송파구 주민 80대 A씨)


서울 송파구는 지난 1일부터 혐오나 비방, 모욕이 들어간 정당현수막을 걸지 못하는 조례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례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난 9월 송파구의회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조례 시행 하루가 오늘(2일), 송파구엔 이런 혐오나 비방 현수막들이 사라졌을까.

취재진은 서울특별시 송파구 일대 거리를 둘러봤습니다.

송파대로를 중심으로 정당현수막들이 많이 걸려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현수막들은 지나친 비방이나 혐오가 담긴 문구가 아닌 정책들을 홍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송파구는 조례에 따라 혐오, 비방이 포함된 정당현수막은 강제 철거할 수 있습니다.

철거 여부는 주민평가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민평가단 3분의 2 이상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현수막 철거가 이뤄지고 해당 정당에 통지됩니다.

송파구 주민 80대 A씨는 "그동안 거리를 지나면서 너무 많은 정당현수막을 봤는데 돈을 받았느니 땅을 샀느니 등 비난 내용들만 적혀있어서 보기에 안 좋았다"며 "이런 현수막들을 보면 투표를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지 맨날 비판 현수막만 달고 뭐하는 거냐"며 "(조례 시행으로) 비난 현수막을 달지 못하게 한 건 아주 잘했다"고 말했습니다.

2일 서울특별시 송파구의 한 거리〈사진=이세현 기자〉

조례 시행으로 비방 등 내용의 정당현수막이 100%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송파대로 중심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거리에는 ○○ 등 거친 표현이 담긴 정당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일대를 돌며 장사를 하는 40대 B씨는 "곳곳에 비방이 담긴 정당현수막이 아직 있다"고 했습니다.

송파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C씨도 "장소 제한 없이 정당현수막을 걸 수 있어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곳에 (비난, 혐오 등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왔지 않느냐"며 "강력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수막 난립 이어지면 선거 역효과" 목소리…국회 논의는 지지부진



송파구청은 시민들의 민원이 많은 만큼 조례에 근거에 앞으로 비방 등 내용이 담긴 정당현수막은 즉시 철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비방이나 혐오가 담긴 현수막이 난립할 때는 하루에 100개 이상 걸리기도 했다"며 "관련 민원이 폭주해 철거를 위한 문의를 선거관리위원회에 하면 각종 이유로 판단을 부담스러워해 철거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둘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이어 "이달 1일부터 주민평가단과 함께 비방 현수막 철거에 나섰고 하루 동안 많은 규모의 철거가 이뤄졌다"며 "현수막 게시 자체가 지양되도록 정당에 공문을 보내는 등 조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당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추가 논의는 현재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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