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아오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 추진 [한양경제]
EU 측 ‘경쟁제한 우려’ 대안…대한항공과 기업결합 속도낼 듯
4개 LCC에 매각 가능성…“명분·실익 없다” 노조 반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 결합 절차가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
합병 난관으로 거론됐던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3년간 지루하게 이어져 온 기업 결합 절차가 한 단계 줄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합병을 반대하는 측이 매각 결정에 반대 의사를 재확인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이날 가결 처리한 분리 매각안은 대한항공 측이 ‘기업 결합 시 경쟁제한 우려 완화’ 등을 위한 시정조치안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찬성 3·반대 1·기권 1…진통 끝 이사회 통과
이날 이사회에는 원유석 대표(사내이사)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최근 사의 표명한 사내이사 진광호 전무(안전·보안실장)은 불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찬반 의견으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원 대표와 찬성 측 사외이사 2명은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이 부결되면 EU집행위의 기업 결합 승인을 받기 힘들어 기업 결합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각안 반대’ 입장을 보인 사외이사 1명은 이사회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시간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이날 이사회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참석 이사 5명 중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최종 가결됐다.
앞서 EU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유럽 화물 노선에서 경쟁제한을 우려한다며 기업 결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기업 결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그동안 경쟁제한 우려 대안으로 거론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에 대해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시정조치안을 의결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통합 추진을 발표하고 이듬해 1월 대한항공이 14개 국가에 기업 결합(합병)을 신고하며 첫발을 뗐다.
올해 3월 EU와 미국, 일본 등을 뺀 한국을 포함한 11개 나라에서 합병이 승인됐지만, 지난 5월 EU 측이 중간보고서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지적하자 합병 추진이 주춤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시정조치안 결과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근본적으로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안팎의 반발 기류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합병 반대 서명을 벌이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왔고, 전임 사장들까지 나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 부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이사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사내이사인 진 전무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내외부 반발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 추진에는 속도를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분리 매각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을 이날 곧바로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대한항공 시정조치안의 제출기한은 지난달 31일이었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무산되자 제출기한을 연장했다.
■ 국적 대형항공사 합병 탄력 전망…노조는 반대 서명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EU집행위에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기업 결합 승인이 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이번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의 이사회 통과로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분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안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영위해 온 화물사업 부문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포함해 다른 항공사에 매각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노동조합은 반발 수위를 키워왔다.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 인수가능한 LCC는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4개사 정도다.
아시아나항공노조(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APU), 열린조종사노조 등 복수 노조는 화물사업 분리 매각이 고용 불안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해왔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EU집행위 측에 반대 의견을 담은 직원 서명지를 상급 단체에 전달했고 향후 단체 행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날 이사회 가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입장문을 내고 “(이사회 개최) 전날 사내이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이사회 의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합병을 주도하는 세력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며 “명분도 실리도 국익도 없는 이번 합병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이사아나항공이 다시 날아오를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문제점에 대해 대국민 선전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용 안정과 아시아나항공 존립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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