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로 치고 항의하자 ‘너클’ 폭행 실명시킨 19세, 법원이 풀어줬다

재판부 ”피고가 아직 어린 나이로…”

지난 1월 10대 운전자에게 폭행당해 왼쪽 눈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20대 남성이 MBC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남성은 결국 실명했다. /MBC

운전하다 차량으로 보행자를 치고, 그 피해자가 항의하자 너클(주먹 위에 덧씌워 착용하는 금속 무기)을 낀 주먹으로 눈을 때리고, 도망가려다 다른 사람을 들이받고, 그가 항의하자 너클을 보여주며 협박하고, 너클에 눈을 맞은 피해자가 피흘리며 앞길을 막자 횟칼을 꺼내 협박한 10대 남성을, 법원이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폭행당한 피해자가 결국 실명 판정을 받은 뒤에 내려진 판결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김경진)는 특수중상해·특수협박·특정경제범죄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를 받는 A(19)씨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A씨는 지난 1월 7일 오전 1시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도로에서 코나 차량을 몰고 있었다. A씨는 뒤따라오던 택시 차량과 시비가 붙었다. 뒤에서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다. 하차한 A씨는 택시기사에게 다가갔고, 기사 B씨가 운전석 창문을 내리자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2시 20분쯤에도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인계동 한 도로에서 차량을 후진하던 중, 뒤쪽에서 걷고 있던 C씨를 충격했다. 피해자 C씨가 항의하자, 그는 길이 11cm의 금속 너클을 오른손에 끼고 차에서 내린 뒤, C씨의 왼쪽 눈을 때렸다. C씨는 수개월 뒤 실명 판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C씨를 때린 뒤 곧바로 다시 차에 올라 후진을 했는데, 이번엔 또 D씨를 차로 쳤다. D씨가 항의하자, C씨를 때릴 때 사용했던 너클을 내보이며 D씨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한번 쳐드려요?”

A씨는 그 뒤 범행 현장에서 도주하려고 했는데, 얼굴에서 피를 철철흘리는 C씨가 가로막았다. A씨는 이번에는 날길이만 21cm인 사시미칼을 운전석 창문 밖으로 꺼내보인 뒤 욕설하며 협박했다.

“비켜, 이 XXX아, 죽여버린다, 5초 안에 안 비키면 너 진짜 내려서 뒤져, 죽여줄까, XXX끼야.”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단독 송백현 판사는 지난 5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송 판사는 “피고인은 운전하면서 자신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상해를 가하고 협박했으며, 이로 인해 한 피해자는 실명의 위험에 처한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다만 초범이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일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A씨 측은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검찰 측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A씨의 혐의는 1심 때보다 더 무거워졌다. A씨의 ‘너클 주먹’에 맞은 C씨가, 결국 실명했기 때문이다.

A씨에게는 ‘특수상해’ 대신 ‘특수중상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공소장을 이렇게 바꿔 적었다.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 B에게 치료일수 불상의 좌안 공막 열상, 각막 열상, 좌측 안와내벽골절, 치아의 아탈구, 치관의 파절 등 상해를 가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 B의 왼쪽 눈이 실명에 이르는 불구가 되게 하고, 피해자들을 협박하였다.”

항소심은 A씨를 선처했다. A씨가 아직 어린 나이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 모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이 아직 어린 나이로 이 사건으로 9개월 이상 구금되어 있었던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에선 판결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실명하게 만든 범죄자를 집행유예하나” “판사가 똑같이 당하면 사형 판결할 듯” “피해자는 평생을 한쪽눈이 안보이는 고통에 살아야 한다” “판사들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