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일까 재화일까"…소행성 바라보는 인류의 엇갈린 시선
소행성 탐사 미진한 韓…과학연구·자원확보·지구방위 등 가치 커
[성남=뉴시스]윤현성 기자 = 최근 천문학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우주 공간을 떠도는 '소행성'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에는 인류 최초로 지구를 향하는 소행성을 요격해 궤도 변경에 성공했고, 올해에는 45억살 소행성 '베누'의 표토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며 생명체 기원의 단서를 찾아냈다.
이른바 '소행성 탐사 전성시대'가 찾아온 가운데 우리나라도 관련 연구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일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YKAST 포럼'에서 소행성 탐사 임무 현황 및 과학 목표에 대해 소개했다.
1801년 최초의 소행성으로 명명된 '세레스'의 발견 이후 인류는 소행성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탐사선을 보내 직접 찾아가는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소행성 탐사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나사가 지난 2016년 9월 발사했던 '오시리스-렉스' 소행성 탐사선은 약 62억㎞를 여행한 끝에 지구로 베누의 샘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샘플 분석 결과 베누에 생명체 구성에 필수적인 탄소와 물이 다수 존재한다는 증거가 확인됐다.
오시리스-렉스는 지구에 샘플을 낙하시킨 뒤 또다른 소행성인 '아포피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아포피스 도착 예상 시기는 2029년이다. 이외에도 미국은 최초로 발견된 금속 성분 소행성인 '사이키(프시케)'를 조사할 탐사선도 발사했다. 탄소나 암석이 아닌 금속으로 이뤄진 소행성인 만큼 경제적 가치를 측정한다는 목표다.
미국보다 빠르게 소행성 표토 샘플 채취에 성공했던 일본도 내년 중 소행성 '파에톤'에 다가가 근접 촬영 임무를 수행할 데스티니 플러스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처럼 우주 선도국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소행성 프로젝트가 없다. 망원경 등을 활용한 지구 위협 소행성 감시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직접 탐사는 사실상 백지 상태다.
지난 2021년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계획이 추진되긴 했으나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사업 시행이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마련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도 '체계적 소행성 탐사 준비'가 포함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책임연구원은 과학 연구, 미래 자원 확보, 지구 방위 등 3가지 소행성 탐사 목표를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소행성 탐사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별 탄생의 잔해물인 소행성은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천체의 기원을 알려주는 '화석'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별, 행성, 소행성 등 천체는 모두 우주 공간 내 먼지나 가스가 뭉쳐지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태양이나 지구처럼 완전한 항성·행성의 경우에는 이 최초의 물질들이 대부분 변질돼버린다. 반면 소행성에는 천체의 근간을 이루는 물질들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우주의 과거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45억년 전 만들어진 소행성 베누의 샘플에서 확인된 탄소와 물의 증거가 파장을 낳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소행성은 미래 자원 확보 측면에서도 탐사 가치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제작 등에 필수적이면서 지구에 희귀한 '희토류'가 대량 매장된 소행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보다 훨씬 작은 소행성에도 희토류 매장량은 10만~100만배 수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지구를 스쳐간 UW158 소행성은 6000조원 가치의 백금 1억톤이 매장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의 우주산업 강국 중 하나인 룩셈부르크는 소행성 채굴을 국가 사업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뉴스페이스 시대 도래와 함께 민간기업의 소행성 광물 채취 상업화도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행성 탐사는 우주에서 다가오는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17m 크기의 소행성이 1600여명의 부상자를 내면서 국제사회는 지구위협소행성 대응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나사가 진행한 인류 최초의 지구방위임무인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 대표적이다. 나사는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무게 620㎏의 소형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약 1% 틀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소행성은 과학이나 산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천체다. 생명체의 씨앗이 되는 물질들이 담겨있기도 하고, 지구보다 훨씬 많은 희귀 광물들이 묻혀있을 수도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는 없지만, 소행성 탐사 전성시대인 지금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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