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국적 위험 막자"… EU·28개국 `블레츨리 공동선언`
"인간중심적 포용적 방식 협력"
韓·英, 내년 5월 '미니 정상회의'
한국·미국 등 28개국과 EU(유럽연합)가 AI(인공지능) 위험성 해소를 위한 국제 협력과 공통의 규제 접근방식 수립에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진행돼온 AI 관련 국제 논의에 중국이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 상황이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첫 'AI 안전성 정상회의'에서 AI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공동 관리를 촉구하는 '블레츨리 선언'이 발표됐다. 참가국들은 "고도로 발달한 AI모델이 재앙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인간 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감 있는 AI를 보장하기 위해 포용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에 합의했다.
선언문에서는 두 의제로 △공통의 AI 위험을 식별하고 과학적 이해를 공동 구축하고 △국가별 위험 기반 정책을 수립하고, 각국 상황 여건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국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담았다. 여기에는 민간의 AI역량과 평가지표 및 테스트도구 등도 포함된다.
이번 행사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AI 관련 국제 논의를 이끌겠다는 복안으로 추진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규제에 집중하는 EU와 산업 중심으로 진흥에 주력하는 미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중재자를 자처한 것이다. EU는 AI법(AI Act)이 지난 6월 유럽의회를 통과해 2026년 시행이 점쳐지고,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AI 위험에 대한 기업의 통지 의무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최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국 정상급 인사와 샘 알트만 오픈AI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아마존, 앤트로픽, 구글, 허깅페이스, IBM, 메타, MS(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스케일AI, 소니, 스태빌리티AI 등 기업 및 학계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G7(주요 7개국) 정상 중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만 자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자신이 설립한 AI스타트업 xAI의 대표로 참가해 "공정한 규칙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을 한다면 통찰을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며 "위험이 발생할 때 경보를 울릴 수 있는 독립적인 '제3자 심판'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의 주도로 중국 정부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도 참석한 게 눈에 띈다. 이날 우자후이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AI 안전성 관련해 각계와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국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해 협력할 태세가 돼있다"며 "모든 국가는 규모와 관계없이 AI를 개발·사용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자국 내에서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에 대해 사회주의적 가치를 반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인 긴장관계를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중국과의 AI 거버넌스 관련 국제 논의가 어디까지 진척 가능할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번 발표에도 국가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내용이 있으므로, 현재로선 선언에 동참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려워 보인다. 커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런던 미 대사관에서 개최된 별도 AI 관련 행사에 참석, 모든 종류의 AI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우리나라에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전경훈 DX부문 CTO)와 네이버(하정우 AI이노베이션센터장)가 초청됐다. 이 장관은 장관회의에 참석해 위험 최소화를 다루는 두 번째 세션에서 정책입안자로서 기조발언을 맡아 "AI발전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한 AI 신뢰성·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히고 UN(국제연합) 산하 AI 국제기구 신설 논의도 촉구했다.
한국은 영국과 함께 내년 5월 '미니 정상회의(mini virtual summit)'를 공동 개최한다. 1년 뒤 개최될 제2회 정상회의에 앞서 후속조치 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회의다. 이 장관은 공동개최국으로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한국이 AI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질서 정립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둘째 날 행사인 2일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디지털 국제 규범의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와 국제기구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디지털 권리장전'의 의미를 각국 정상에게 설명한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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