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줄 자녀도 없는데 … 종신보험 매력 뚝
'가성비' 따지는 MZ들 외면해
신규 계약 15년 만에 최저
저축형 단기납상품 내놨지만
불완전판매 속출해 민원 급증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고민 끝에 4년 정도 유지했던 '20년 납부 종신보험'을 해지했다. 이씨는 "매달 20만원 넘게 내는 보험료가 부담이 되고, 납부 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요즘에는 연 4~5%대 금리의 은행 예·적금에 넣는 게 원금을 지키고 목돈을 마련하는 데에도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사례가 늘면서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이라면 한 개쯤 가입한 보험이어서 한때 '국민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유행했지만, 갈수록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며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데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작년 말 78만8413건으로 20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됐는데, 2000년대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2015년 188만1350건으로 최고를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가 종신보험의 인기가 식어 가는 가장 큰 이유다. 종신보험은 갑작스러운 가장의 사망으로 남게 된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쉽게 말해 빨리 죽을수록 이익인데, 사람들이 오래 살고 돈을 남겨 줄 자녀는 줄다 보니 보험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달라진 세태도 종신보험의 입지가 좁아지는 이유다. 종신보험은 '욜로' '갓생' 등 자기 자신과 현재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고금리 예금 상품이 늘어나고, 고물가로 살림이 팍팍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의 인기를 살리기 위해 재테크를 강조한 '단기납 종신보험'을 내놨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신보험은 통상 납입 기간이 10~20년으로 긴데,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해지 시점에 원금보다 많은 돈을 돌려주는 '저축 상품'처럼 포장돼 올해 들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 생보사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가 63만5883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7% 반짝 급증했다.
그러나 이런 상품 전략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축 효과가 애매하게 강조된 탓에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생보사의 상품별 민원 건수에서 종신보험 비중은 47%로 변액보험(11.8%), 연금보험(7.4%), 저축보험(1.8%)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올 상반기에 국내 생보사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해지한 가입자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도 4조8046억원으로 200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해약환급금 중 상당 부분이 종신보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상품 설명 불충분,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자 결국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 업계에선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종신보험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들도 골치가 아프다. 보험사들조차 종신보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지만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려면 종신보험 판매에 힘을 뺄 수 없다. 보험연구원의 9월 설문조사에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향후 1~2년간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던 배경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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