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거주민에 필요한 건 안전한 종합병원"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병원 혁신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강남 도심을 걷다보면 숱한 ‘메디컬타워’를 볼 수 있다. 미용·성형·피부에 집중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한 건물에 밀집한 풍경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의료의 풍요 속 빈곤’이 적당하지 않을까.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은 강남 한 복판에 종합병원으로 만들었다. 일견 병원 규모가 확장되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어 의료 수익도 그에 비례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터다. 대답은 ‘노’다.
윤 원장은 당초 약속된 인터뷰 시간을 넘겨 나타났다. 조금 전까지 수술을 하고 왔다며 그는 땀을 뻘뻘 흘렸다. 종합병원이 의료 수익 차원에서 불리한 측면이 존재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원장은 상당한 지출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민에 대한 필수의료 제공과 삶의 질 개선과 같은 보건복지부 문건에나 들어갈 법한 이야기를 한 시간 가까이 들려줬다. 강남 한 복판의 종합병원, 불과 지난 4월 승급된 강남베드로병원과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강남에도 종합병원이 필요하다”
Q. 개원 31주년을 맞았다. 종합병원으로 승급된 이유 어떤 변화가 있었나.
“초창기에는 지역 내 고령층을 대상으로 삶의 질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신경)외과 출신 아닌가. 최근에는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해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Q. 특정 진료과 전문 병원에 비해 의료 수익 부분에서 다소 불리할 수도 있지 않나.
“환자들이 간단한 수술이라도 받으려면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려면 여러 진료과가 통합돼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70대~80대 환자들이라고 해도 고령층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과 환자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커버하려면 뛰어난 의료진이 있어야 하고 손발도 잘 맞아야 한다.
즉, 팀워크를 맞춰 성공적인 수술을 하려면 심장내과·비뇨기·뇌 등 각기 다른 전문 진료 영역의 전문의들 사이에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협업과 돌봄 이점 때문이다.”
Q. 전문병원의 안정성도 이점이 있지 않나.
“고도화된 전문병원으로써 ‘전문성’에 안주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더 나은 의료서비스 질을 위해서는 환자 진료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외연 확대 차원에서 밀어붙였다. 또 다양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려면 여러 임상 사례도 도움이 된다.”
Q. 진료과 사이에 협진은 어떻게 이뤄지나.
“협진 요청 시 30분 내 회신이 오는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장내과나 호흡기 내과, 심장내과 등 여러 진료과에서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이뤄지는 진료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Q. 종합병원 승급에 대한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
“환자들은 ‘안전하다’고 느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환자 안전’이다. 이 목표를 위해 더 많은 의료 인력을 투입해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가령 마취과의 경우, 환자 수술 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수술 이후의 환자 예후 모니터링도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탈바꿈되는 등 병원 전체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Q. 그에 비례해 운영 지출도 대폭 늘어나지 않았나.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대가다. 감수하고 있다.”
Q. 병상 수 등 병원 규모 확대 계획을 갖고 있나.
“병원 주변 인구만 100만 명이 넘는다. 필수의료를 원하거나 만성질환자들의 의료 니즈가 커 우리 병원 역량이 지금보다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Q. 새삼스럽지만 병원은 지역 환자들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하고 있을까.
“‘저 병원은 친절해’란 환자의 평가가 더이상 해당 의료기관의 장점이 될 수 없는 시대다. 그냥 당연해진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환자들의 앓는 질환은 더 많아졌다. 우린 조기 진단과 치료 후 삶의 질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과거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고령 환자에게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의료 소통이 충분히 원활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우린 고령 환자에게 충분한 진료 시간과 용기를 북돋아 그들 스스로 질환 개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소통의 분절을 메우려고 했던 노력에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Q. 이른바 환자 친화형 진료?
“여러 질환이 있는 어르신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 진료과를 돌며 약을 처방 받는다. 여러 약을 먹으니 소화와 수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관련 약까지 복용할 것이다. 그러면 하루에 최소 10여개의 약을 먹게 된다. 그런데 이런 소위 ‘의료 쇼핑’은 많은 경우 환자-의사 간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우린 모든 진료과의 의료진이 아침마다 모여 환자 사례를 함께 검토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 최선의 치료는 무엇인지에 대해 매일 격렬하게 토론한다. 종합병원에서 이런 회의를 매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Q. 역량 있는 의료진 수급도 병원 의료 질 유지의 관건일 텐데.
“각 진료과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등 여러 장비를 최고급으로 제공해준다. 우린 수술에 중점을 둬 왔기 때문에 수술 장비 및 시스템은 글로벌 수준에 견줘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최상위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놓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면, 대학병원 출신 전문의들이 대부분 깜짝 놀라더라.
연구 활동도 장려한다. 당장 나부터도 매년 2회 이상은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 척추학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계속)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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