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 尹정부 맞서…李 "소비진작 위해 이자 3조 덜어주자"
"가계·기업 절규 외면하는
경제논리 무지 이해 안돼"
문정부 추진 재생에너지에
지역화폐 예산도 확대 주장
소비 촉진도 강조
카드 많이 쓰면 혜택 더 주고
월세 세액공제 늘리자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장률 3% 회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 석열 대통령이 최근 민생경제로 국정 중심을 전환한 데 맞서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특히 내년도 예산 심사 국면에서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성장률 3% 회복'을 목표로 제시하고 민간 부문 수요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경제를 회복시킬 쌍끌이 엔진이 필요하다"며 "한 축은 연구기술 개발, 신성장동력 발굴, 미래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이고 또 한 축은 총수요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소비 진작"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지역화폐도 다시 꺼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내년도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약 7000억원 규모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반발했고 여야 대립 끝에 3525억원의 예산을 살려냈다.
이 대표는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는 투자세액공제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한다"며 "기업의 소비행위가 투자인 것처럼 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 1년 한시로 임시소비세액공제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연구원장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올해보다 더 많이 쓴 카드사용액의 5%에 대해 연간 5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해준다.
이 대표는 독일이 지난 5월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49유로(약 7만원) 티켓을 발행한 것을 예로 들며 "청년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도록 청년 3만원 패스를 제안한다"며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 완화책으로는 세액공제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1인 가구가 늘고 월세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데, 월세 대상의 12%만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며 "소득이 낮은 세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기부금 공제처럼 이월을 통해서라도 월세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확장 재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가계와 기업 고통에 무감각할 수 있는지, 기본적 경제 논리에 무지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표는 "R&D는 장기 과제가 대부분인데, 이번 삭감으로 이미 소요된 예산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며 "각종 연구의 매몰비용을 생각하면 R&D 예산 삭감은 절약이 아니라 낭비로 귀결된다. 치명적 패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땜질식 경제 처방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R&D를 통한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강국에서 이제는 디지털·에너지 강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은 과거 산업화 시대 항만·철도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으로 전국 지능형 송배전망 등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관련 예산을 최소 2022년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을 두고는 찬반 여부와 관련한 직접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주 69시간제를 그냥 던졌다가 '이거 말이 안 되네, 그럼 하지 말자'식으로 대혼란을 야기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며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훅 던졌다가 '이거 저항이 만만치 않네' 하면서 슬그머니 모른 척하는, 이런 방식의 국정운영은 정말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을 다시 제안할 것인지 묻자 이 대표는 "메아리 없는 함성도 한두 번이지, 필요하면 하도록 하겠다"면서 "구호나 선언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필요한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서동철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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