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가구 여왕' 호텔·백화점도 반했다
27년동안 반려견 키우며
강아지와 마주앉아 식사하려
직접 의자 만들다 창업 결심
백화점·호텔서 잇단 러브콜
반려묘 위한 '냥냥체어' 준비
"펫가구계의 명품업체될 것"
까다롭기로 소문난 백화점·호텔을 만족시키며 러브콜을 받는 강아지 의자가 있다. 올해로 27년 차인 반려견 집사가 3년 전 직접 목공방에서 만든 게 시작이었다. 혹여나 '댕댕이'가 다칠까 봐 매끄러운 목재를 사용했고, 판재의 모서리는 최대한 곡선을 지향하는 배려를 담았다. 김빛나 디니어 대표(38)가 만든 강아지 의자 얘기다.
김 대표는 3년 전인 2020년 9월, 당시 열한 살 노견인 몰티즈 '써니'와 식탁 문화를 공유할 방법을 찾다 강아지 의자를 떠올리게 됐다. 당시 인터넷을 검색해도 강아지 의자는 찾을 수 없었다. 그에게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한 달 수강료 15만원을 지불하고 경기 구리시 집 앞 목공방에서 3개월을 매달린 끝에 디니어 의자의 초기 모델을 완성했다. 드릴도 다룰 줄 모르는 상태에서 다치고 헤맨 끝에 만든 첫 의자였다. 김 대표는 "그곳에 써니를 앉히고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입소문을 타며 백화점·호텔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숙박산업 전문 전시회인 '2022 호텔페어'에서 선보인 '댕댕체어'가 백화점 관계자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디니어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으로부터는 반려견 공원에 비치할 의자를 부탁받았다. 충주 켄싱턴리조트에는 디니어 의자가 로비에 8개, 프리미엄 객실에 15개 비치됐다.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도 납품하고 있다. 현재 디니어는 강아지 의자 4종과 방석 4종을 판매 중이다. 연 매출은 올해 전년 대비 4배로 성장했다. 고객의 80% 이상은 30·40대 여성이다.
창업 과정에는 김 대표가 뭐라도 해보자고 했던 과거의 도전과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20~30대에 외국계 회계 아웃소싱 회사, 소개팅 앱 회사에서 재무 담당 등을 거치며 직장인으로서 경험을 쌓았다. 그러면서도 주말엔 삼성역 앞에서 노점 꽃 장사를 해본 적도 있고, 동물병원 간호 보조를 자처해본 적도 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명에 이른다. 2027년 반려동물 시장 전체 규모가 6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펫테리어(Pet+Interior)'도 함께 주목받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는 "지금은 디니어를 포함한 소수의 펫테리어 기업들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라면서 "펫가구 분야의 '시디즈'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향후 강아지 식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강아지 의자와 함께 식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반려견과 함께 식사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해외 역시 견주가 밥을 먹을 때 반려견은 무릎에서 먹거나 바닥에서 먹고 있다"며 "반려견과 눈높이를 맞추며 먹는 'K식탁문화'를 수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조립식 모델을 개발 중이다. 태국, 홍콩, 일본 등에 디니어 의자를 수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반려묘를 위한 '냥냥체어'도 준비 중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고양이 놀이터인 캣타워는 바퀴가 없어 고정된 자리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댕댕체어처럼 냥냥체어에도 바퀴를 장착해 움직이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식탁 의자에 앉기 어려운 반려동물을 고려해 맞춤형 계단도 선보인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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