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02번 울었던 텍사스…이번엔 마지막까지 웃었다
2년 전에는 102패(60승)를 했다. 작년에는 94패(68승)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승리’로 2023시즌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다. 팀 창단 62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텍사스 레인저스 얘기다.
텍사스는 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꺾었다. 리그 역대 최다 방문 경기 11연승을 내달리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1961년 창단된 뒤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텍사스는 2010, 2011년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연달아 무릎 꿇은 바 있다.
그라운드에서 떠난 지 4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2010년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 텍사스에 좌절감을 안겼지만, 2023년에는 창단 첫 우승을 선사하며 통산 네 번째(2010·2012·2014·2023년) 우승 반지를 거머쥐게 됐다.
보치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이 해낸 일은 정말 놀랍다”면서 “11연승을 달성하기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선수들은 저에게 영감을 주었고 텍사스에 월드 챔피언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안겼다”고 말했다. 보치 감독의 소감이 끝나자마자 선수들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90승72패)를 차지해 5번 시드로 가을야구에 합류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번 시드 탬파베이 레이스를 2연승으로 꺾었고,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에서는 시즌 101승의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3전 전승으로 무릎 꿇렸다. 12년 만에 오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7차전 접전 끝에 월드시리즈 티켓을 움켜쥐었다. 방문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쓸어담은 게 컸다.
월드시리즈 상대는 내셔널리그 챔피언 애리조나(84승78패)였다. 6번 시드로 가을야구에 턱걸이 한 애리조나 또한 텍사스처럼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디비전시리즈에서 5연승을 거두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 7차전 끝에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었다. 그러나 가공할 홈런포를 앞세운 텍사스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1차전(10월28일) 5-3으로 앞선 9회말에 코리 시거에게 동점 투런포를 내준 게 두고두고 뼈아픈 장면이 됐다. 이후 애리조나는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졌다.
시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318, 6홈런 12타점으로 활약했다. 월드시리즈에서만 3개의 홈런(6타점)을 쳤는데 이는 단일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유격수로 기록한 가장 많은 홈런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은 19개인데, 데릭 지터(20개)보다 1개가 적다. 수비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모습을 보인 시거는 엘에이(LA) 다저스 시절이던 2020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미스터 옥토버’로 선정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2회 이상 받은 이는 시거가 4번째다. 시거는 ‘엠엘비(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이 팀의 일원이 되고 함께 노력해서 행복하다.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다.
텍사스의 창단 첫 우승은 엄청난 투자에서 기인한다. 텍사스 월드시리즈 26명 엔트리 중 21명이 에프에이(FA) 계약(9명)이나 트레이드(12명) 혹은 다른 팀에서 웨이버 공시된 선수를 데려온 케이스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힌 이는 단 5명뿐이다. 시 102패를 당하고 지난 2년 동안 텍사스가 에프에이 영입에 들인 돈만 8억달러(1조733억원)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2021시즌이 끝난 뒤 시거는 3억2500만달러(4358억원), 4~5차전에서 활약한 마커스 시미언은 1억7500만달러(2345억원)에 영입했다. 베테랑 보치 감독이 우승 확정 뒤 구단의 공격적인 투자에 감사에 표한 이유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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