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反유대주의
2018년 5월 미국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자 이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민 60여 명이 이스라엘군 총탄에 숨졌다. 분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가자지구 형제들에 대한 잔혹 행위는 75년 전 유럽의 유대인이 겪은 참상"이라며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에르도안이 말한 75년 전 일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이다. 나치 학살을 겪은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상대로 똑같은 일을 벌인다며 반(反)유대주의를 선동한 것이다.
유대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 탄압의 역사는 길다. 12~13세기 십자군전쟁을 이끈 교황들은 종교를 앞세워 무슬림은 물론 유대인 살해를 독려했다. 그 무렵 영국 존 왕은 유대인들을 대거 체포해 재산을 빼앗았다. 무역과 금융으로 부를 쌓은 유대인은 어디서나 질시 대상이었다. 러시아에서는 1881년 차르 알렉산드르 2세가 총에 맞아 숨지자 유대인 가담 소문이 돌면서 '포그롬'으로 불리는 유대인 학살이 계속됐다. 민족 간 평등을 강조한 소련 시절에도 유대인은 늘 공격받았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나치에 부역해 유대인 검거와 숙청에 적극 가담했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대변되는 유대인 기피는 프랑스 등 서유럽에도 만연했다.
유대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한 원죄에다 '우리는 선택받았다'는 잘난 선민의식 때문에 밉상이 됐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기원전 586년 멸망) 이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까지 나라 없는 설움과 반유대 핍박 속에 살았다.
최근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격이 큰 희생을 낳자 반유대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도 이스라엘은 과도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피로 물들였지만 이번엔 보복을 내걸고 지상전까지 막무가내다. 이에 유럽 각국에서는 유대인 대상 폭행과 방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좀처럼 없던 이스라엘 규탄 시위도 발생했다. 맹목적인 반유대주의도 안 되지만 유대인들이 당한 고난과 시련이 가자 주민들에게 되풀이돼선 안 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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