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낙하산 저널리즘의 함정
딥페이크 범람에 혼란 가중
가짜뉴스 원천차단 어려워
비판적 뉴스 읽기 중요해져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 패러슈트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
전 세계 미디어 학계에서 전쟁 보도 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유력 미국·유럽 외신들의 편향된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대표적인 용어들이다. '동침 언론'으로 직역할 수 있는 '임베디드 저널리즘'은 전쟁 취재기자가 군대 보호를 받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전쟁 현장을 기자가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취재 대상인 군대의 보호를 받고 편의도 제공받기 때문에 객관적인 보도가 어렵다는 현상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군대가 공개하고 싶은 내용과 그 시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역하면 '낙하산 언론'이라고 풀이되는 '패러슈트 저널리즘'은 전쟁이 터지면 기자가 해당 지역에 파견돼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취재·보도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기자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선정적인 기사에 몰두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폐해로 꼽힌다.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미디어에 몸담고 있는 기자로선 매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전쟁 보도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보도에 신중을 기하려고 해도 외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언론 현실에선 분명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유력 미국·유럽 외신들은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이 '우리나라 이겨라' 식의 보도 행태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전 세계 미디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패트릭 가사라 '더 뉴 휴매니테리언' 시니어에디터는 중동을 대표하는 언론사 알자지라의 최근 기고에서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치중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악용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전쟁 실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AI 기술로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등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해 만든 편집물을 뜻하는 딥페이크(Deepfake) 가짜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중에는 국제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상대국에 심리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직접 생산한 허위 조작 정보도 상당하다는 게 정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를 버리고 탈출했다거나 항복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딥페이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국은 방지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 위험을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딥페이크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한다"며 "나도 내 것(딥페이크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도대체 언제 저렇게 말했지'라고 생각했다"고 딥페이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보도 편향성, 가짜뉴스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책 당국과 가짜뉴스 온상으로 지목된 SNS 등 플랫폼 업체들의 단속 책임도 중요하지만 기술 진화로 딥페이크 관련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어 가짜뉴스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작 정보를 걸러내고 무차별적인 외신 인용 보도를 자제하는 등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 위한 미디어 책임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언론 역할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의 '비판적 뉴스 읽기'도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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