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는 우파, 전기인덕션은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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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총기. 가스레인지.”
미국 공화당에서도 강경 우파로 분류되는 짐 조던(59·오하이오) 하원 의원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신앙과 총기 소지의 자유만큼이나 가스레인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 글은 8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조던 의원은 좌파 진영이 가스레인지 퇴출 운동을 벌이자 강한 반감을 표시하며 맞불을 놓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이런 글을 남겼다.
미국에서 가스레인지 퇴출 여부를 놓고 좌우 정치 세력 간 ‘문화 전쟁’이 발발했다. 가스레인지가 건강과 환경에 해롭다며 금지하자는 민주당과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에 의해 과도하게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공화당이 1년 가까이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가스레인지 때문에 미국 사회가 분열한 배경은 이렇다. 미국에선 지난 2019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진보·좌파 성향이 강한 100여 도시에서 신축 건물에 가스 연결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가스레인지 확산을 억제해 왔다. 대부분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도시다. 조리 시 배출되는 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스레인지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 인덕션으로 전환할 때 보조금(840달러)을 지급하기 시작하며 가스레인지 퇴출에 불을 붙였다.
이런 흐름에 보수·우파 세력이 제동을 걸어 문화 전쟁에 돌입한 건 올해 초 민주당 요구에 따라 미 연방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가스레인지 금지 법안을 검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가열 기구를 선택할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공화당에서 터져 나왔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질 바이든 여사와 좌파 정치인들이 가스 불로 요리하는 사진을 찾아내 소셜미디어에 띄우며 거칠게 반발했다. 보수 진영의 화력에 놀란 백악관이 “연방 정부 차원의 금지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상반기 동안 하원 의회 및 24주에서 공화당발 ‘가스레인지 금지 방지법’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도 맞불을 놓으며 기세에 눌리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빵집이나 제과 공장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가열 기구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승인됐다. 가스레인지를 금지하고 전기레인지만 사용하라는 얘기다.
좌우 간 문화 전쟁에 미국 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덕션 조리는 푸른 불꽃이 보이는 가스보다 덜 섹시할 수 있지만, 최신 모델의 경우 비교할 수 없는 힘, 정확성 및 반응성을 자랑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스레인지와 전기 인덕션은 조리했을 때 음식 맛이 달라 다시 가스레인지로 돌아가려는 주부도 있다”고 전했다.
좌우 대결이 벌어지는 가운데 전기 인덕션이 보급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미국 가정에서 전기레인지를 보유한 가정은 68%, 가스레인지를 갖고 있는 가정은 38%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순적인 건 가스레인지로 요리하는 가정이 40% 이상인 10주 가운데 9주가 민주당 성향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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