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안된 로펌서 의견 받아오자 매각 반대측 1명 중도 퇴장 파행

이사회 공정성 놓고 논란
자격논란 사외이사 표결 참여
4명 참여해 3대1로 결국 가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진통 끝에 화물사업부문 매각안을 가결시키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거지면서 이사회 결과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사전 합의되지 않은 제3자 로펌의 의견서를 내세워 이사회를 강행하자 사외이사 1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중도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표결을 위한 이사회 인원이 4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결국 투표가 진행됐고, 3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하며 화물사업 매각 안건은 가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이사회를 소집했지만 윤창번 김앤장 고문에 대한 이해당사자 논란이 불거지며 7시간30분간 논의했음에도 표결을 완료하지 못하고 정회한 바 있다. 윤 고문이 속해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지난 3년간 대한항공 측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이를 두고 이사회 초반 윤 고문의 표에 대한 유효성을 두고 제3자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쟁은 커졌다. 11월 1일자 A2면 보도

이날 이사회에서도 윤 고문의 이해 상충 문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지난달 31일 이사회 측과 아시아나항공은 제3자인 법무법인 로고스에 법리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이사회 개최 시간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이 기업결합심사에 관여하지 않은 로펌 5곳에서 받은 의견서를 제시했다. 이들 로펌은 '윤 고문이 이번 이사회 안건과 관련해 이해 상충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뒤늦게 의견서를 낸 로고스와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출한 로펌들 의견이 배치된다는 점이다. 로고스는 이날 정오를 전후해 이사회와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취재 결과 로고스 측은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직접 증거는 찾기 어렵다"면서도 양대 항공사의 합병 절차가 갖는 파급력을 고려해 '윤 고문의 의결권 행사를 자제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의견서를 앞세워 윤 고문이 이사회에 다시 참석하자 반대 측 사외이사 1명은 이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을 선언했다. 결국 윤 고문을 포함한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이 표결을 진행했고 안건은 3명이 찬성하며 가결됐다.

이사회 내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안건이 통과되면서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일부 이사가 추천한 법무법인에도 검토를 요청했으나 이사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회신을 해오지 않아 부득이 다른 법무법인의 검토 결과를 활용했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시작 전 이해 상충 이슈에 대한 회신이 온 복수의 공신력 있는 법무법인 검토 결과를 설명하려 했으나, 일부 이사들은 이를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