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 고교 툭하면 재시험… 학생만 ‘죽을 맛’

이보람 2023. 11. 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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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험을 치른 사유는 이렇다.

2021년 재시험 사유도 출제오류가 53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경고를 받은 49명 중 40명이 '출제오류' 사유였다.

이에 반해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시험 2주 전에 출제해 1~2번 정도 검토시간을 가지는데 검토에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수업 및 각종 업무를 처리하면서 해야 한다. 시간 부족이 시험오류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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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학기에만 52회… 2022년에는 101회
답 없거나 아예 안 배운 범위 출제도
2022년 교사 100여명 ‘경고’ 등 징계 받아
“검토 시간 부족… 행정 업무 줄여야”
#1. 지난달 울산의 한 고등학교는 중간고사 산업설비 과목 재시험을 치렀다. 21번 문항 때문이다. 2개 반 중 한 반에서는 해당 문항 관련 내용을 수업시간에 설명했지만, 나머지 반에서는 설명하지 않아서다. 이런 사실을 학교 측이 뒤늦게 파악했고,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다. 결국 며칠 뒤 학생들은 다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재시험과 관련해 울산시교육청의 감사부서인 공익제보센터로 익명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해당 과목 교사는 경위서를 냈다. 학교장은 주의, 경고 등의 징계 처분 조치됐다.

#2. 아예 정답이 없는 시험지로 기말기사를 치른 고등학교도 있다. 울산 B고교는 학생들의 이의제기로 화법과 작문 기말고사를 치른 다음 날 다시 시험을 치렀다. 교사가 시험 출제를 한 뒤 답안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답이 있는 보기를 챙겨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 오류로 학생들이 재시험을 본 사례가 한 해에 100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울산시의회 홍성우 시의원이 울산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 ‘최근 3년간 고등학교 재시험 실시 및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50개 고교에서 101번의 재시험이 있었다. 2021년엔 43개 고교에서 95번의 재시험을 치렀다. 올해 1학기에도 36개 고교에서 52번의 재시험을 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제오류가 가장 많아

재시험을 치른 사유는 이렇다. 지난해는 출제오류가 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답이 없거나 복수정답이 있는 정답오류 21건, 시험문제가 출제범위 밖이거나 인쇄불량, 시험관리 소홀 등이 7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1년 재시험 사유도 출제오류가 5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답오류(28건)와 출제범위 등 기타(14건) 이유가 뒤를 이었다. 올해 1학기 역시 출제오류(35건), 정답오류(11건), 기타(6건) 순이었다.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으면 해당 교사는 경위서를 내고, 학교장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는다. 사립학교는 재단에서 같은 조치를 한다. 이에 지난해에만 49명의 교사가 ‘경고’를 받았다. 48명이 주의, 4명은 경위서 제출로 오류를 해명했다. 2021년에도 40명의 교사가 경고를, 올해 1학기에도 20명의 교사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사유별로는 출제오류일 때 ‘경고’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경고를 받은 49명 중 40명이 ‘출제오류’ 사유였다. 다음으로 ‘정답오류’(7명), 출제범위 등 ‘기타’(2명) 사유가 뒤를 이었다. 올해 1학기도 경고 처분 20명 중 출제오류가 10명, 정답오류 6명, 기타 4명 등 순으로 집계됐다.
울산시교육청 전경. 울산시교육청 제공
◆“대학 진학과 직결되는 시험”

홍성우 시의원은 “고등학교 중간·기말고사는 내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 그대로 대입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시험인 만큼 재시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교사들은 더욱 신중하게 시험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시험 2주 전에 출제해 1~2번 정도 검토시간을 가지는데 검토에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수업 및 각종 업무를 처리하면서 해야 한다. 시간 부족이 시험오류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내 폐쇄회로(CC)TV 관리, 배움터지킴이 월급 및 옷 지급·관리, 수학여행 업체 입찰·대금 관리, 방과후 교사 채용·월급지급, 공문폭탄 등 교사 본연의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줄인다면 시험 문제 오류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과 직결되는 만큼 고교 시험엔 모두 예민하게 반응한다. 최근 한 고교생이 학교에서 과학 서술형 시험 문제를 0점 처리받은 데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을 정도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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