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확띄는 연두 번호판 도입 … 무늬만 법인차 막는다
차량가액 8천만원 이상 적용
기존 차량 소급적용은 안해
3억초과 슈퍼카 75%가 법인차
稅혜택 위해 회사명의 구입후
오너 가족들 사적유용 속출
A사 회장은 회사 명의로 페라리, 포르쉐 등 고가 외제차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한 배임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사업가 B씨는 고가 수입차 6대를 회사 명의로 보유하면서 본인과 배우자, 대학생 자녀들의 자가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국세청에 적발됐다.
내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는 의무적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한 뒤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가 법인차량만 눈에 띄는 번호판을 달게 해 이 같은 행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2일 국토교통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23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의 법인 명의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게 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8000만원이 기준이 된 데 대해 국토부는 "국민이 통상 '고급차'로 인식하는 배기량 2000㏄ 이상 대형차의 평균 가격대"라며 "자동차보험에서 고가 차량 보험료 할증 기준이 8000만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민간 법인 소유나 리스 차량뿐 아니라 법인 장기 렌트, 국가기관 관용차에도 동일하게 8000만원 이상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국회의원 차량은 이번 조치에서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에게는 관용차가 지급되지 않고 국가가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를 지급해 개인 명의로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도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토부는 개인사업자 제외에 대해 "개인사업자는 사적 사용을 하더라도 횡령·배임에 해당하지 않으며 업무와 사적 이용 구분이 곤란한 점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내년 1월 1일 이후 신규·변경 등록하는 승용차만 대상으로 하며 그 전에 구입한 차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취득가액 3억원 초과 승용차 중 법인 소유 차량은 74.8%에 달했다. 차량이 고가일수록 법인 소유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표적 슈퍼카인 2억9000만원짜리 람보르기니 우루스 928대 중 85.9%(797대)가 법인 소유로 나타났다. 5억5000만원짜리 롤스로이스 고스트 모델 역시 78%가 법인 소유였다.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국내에 유통된 초고가 슈퍼카 상당분이 법인 소유인 셈이다.
법인 소유의 초고가 차량이 유독 많은 것은 법인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법인차에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감가상각비,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유류비·보험료 등 유지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과세표준을 낮춰 세금을 덜 내는 방식이다.
법인차를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적용받는데, 세무당국이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법인차 편법 운영이 꾸준히 늘어왔다. 정부 관계자는 "눈에 잘 띄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면 사적 이용이 발각되기 쉬워지는 만큼 자율적으로 법인차 탈법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가 법인 승용차의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 시행일이 결정되면서 앞서 단기적으로 급감했던 설비투자가 연말에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은 번호판 부착 대상 차량이 어디까지 결정될지 알 수 없어 차량 구입을 미뤘고, 이게 최근 설비투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이 차량을 구입하는 몫은 민간소비로 분류되지만, 기업이 법인차 구매를 위해 쓰는 돈은 설비투자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법인차 번호판 제도 도입이 불확실했던 3분기에는 -2.7%로 낙폭이 컸다.
[홍혜진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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