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 김포의 서울 편입 두고 논쟁 가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당내에서 연일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2일 김포 사례가 성공하면 지방에도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메가시티 선도론’을 들고나왔다. 주민들이 원해서 추진한다는 점과 서울과 김포 모두에게 ‘윈윈’이란 점도 강조했다. 반면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수도 서울이 북한과 접한 전방이 돼 안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거전략에서도 서울과 김포가 하향 평준화해 민심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이 김포 편입을 통해 바다를 낀 도시가 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동북아의 대표적인 광역 경제권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다”며 “편입된 김포 또한 인프라 면에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성공 사례가 나오면 지방에서도 동기 부여를 받고 주민 설득에 힘을 얻어 메가 경제권 조성에 속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주민들의 생활권, 통근권, 통학권, 지리적 위치와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주민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오로지 시민의 입장에 입각해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인근의 김포와 유사한 도시에서도 주민들의 뜻을 모아오시면 우리 당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편입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경기도가 교통문제, 초등학교 2부제도 해결을 못 했다”며 “경기도에 의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사업을 완성하는 데도 김포 지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과 김포에 모두 ‘윈윈’이란 주장이 나왔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남·북도 분도론에 대한 비교우위도 강조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도론은 세계적인 트렌드(추세)에 맞지 않고 도시 발전에 저해가 되지만 메가서울은 고급인력의 집중, IT(정보통신) 인프라 및 교통·통신 인프라 구비, 거대한 소비시장 등에서 월등한 장점을 갖는다”고 적었다. 상대적으로 김포가 낙후된 경기북도로 분리되는 것보다 서울에 편입되는 것이 낫다는 주민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비판은 주로 비윤석열계와 서울의 접경 지역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에게서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김포시 월곶면과 하성면은 북한 개성과 마주하고 있는 전방”이라며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북한과 맞대고 있는 전방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25전쟁에서 북한은 김포 일대를 장악해 한강 방어선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며 “이것(김포의 서울 편입)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합당한지, 국민의힘이 지켜온 가치와 원칙에 합당한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이 북한과 마주한 전방이 되는 데 대한 안보 부담을 지적한 것이다.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서울시에서 각 자치구에 교부되는 교부금이 각각 좀 낮아질 것이고 반대로 각 자치구마다 부담하는 세금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밝힌 것처럼 5호선 김포 연장에 대한 부담금도 높아져 결국 하향 평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 나와 “(김포의 서울 편입은 여론조사에서) 냉정하게 더블스코어로 부정이 많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포가 서울에 편입한다고 생활 여건이 갑자기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기대감이 있을 때 하루 이틀 들썩이는 거지, 복권을 긁은 결과에 따라 휴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이 던진 의제가 화제의 중심에 선 점에서 당에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심하는 틈에 당내에서 찬성과 반대 등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여당의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여당이 포퓰리즘 소리 들어본 것도 처음이 아닌가”라며 “행정구역 편입을 넘어서 그동안 발전이 취약했던 서울 북부권과 서남부권의 동반발전, 이렇게 좀 더 큰 판으로 이슈화시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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