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 버티는 유병호…공수처 ‘체포’ 고심
공수처 4번째 최후통첩…野, 체포영장 청구 압박하며 “강제수사 전환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거듭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데다 감사원 직원들까지 수사를 보이콧하고 나오면서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독립된 헌법기관 소속인데다 체포영장이 불발될 경우 후폭풍을 감안해 강제수사 돌입에 신중한 분위기다. 야당은 증거인멸 우려가 큰 유 사무총장에 대한 즉각적인 신병 확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네 번째 출석 요구 통지서를 보냈다. 유 사무총장은 앞선 세 차례의 소환 통보에 모두 불응했다.
유 사무총장은 불출석 사유로 국정감사 준비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사무처 직원에 대한 조사가 선행된 후 자신이 출석해야 한다며 조사 순서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수처는 네 번째 출석 요구서를 보내며 복수의 기일을 제시, 출석을 압박했다. 사실상 유 사무총장에 대한 최후 통첩인 셈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구인에 나선다.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네번에 걸쳐 출석을 통보한 것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출석에 불응한 점과 독립된 헌법기관 소속인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감사원 사무총장에 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는 데다,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수처가 그간 청구했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번번이 기각돼 신병을 확보한 사례가 없는 점도 고심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유 사무총장이 출석 요구에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유 사무총장이 선결 조건으로 지적한 사무처 직원 조사 역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무처 직원들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을 들며 공수처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피감기관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감사 방해 등으로 검찰에 고발 카드를 빼던 감사원이 정작 기관 내 의혹과 불법 정황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내로남불' 비판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내년 1월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전체가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만일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거듭 조사를 거부한다면 유 사무총장 등을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 사무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전 전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표적 감사를 벌이고 감사 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공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유 사무총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무고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감사 보고서 위법 시행 및 공개를 두고는 전 전 위원장 감사 주심이었던 검찰 출신 조은석 감사위원이 직접 국감장에 출석,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등 유 사무총장과 대립각을 세워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공수처는 참고인 조사와 감사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유 사무총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다수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은 권익위에 대한 감사가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에도 위법적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공수처에 유 사무총장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유 총장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며 "백번 양보해 1차 소환 때는 국정감사 때문이라지만 2차와 3차 소환을 모두 거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총장은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크다"며 체포영장 청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유 총장이 감사원 직원들의 출석을 거부하도록 하고 직원들의 증언을 바꿀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인 만큼 증거인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공수처가 즉각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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