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T 맞습니다” 냉정·침착 김형준이 말하는 2차전 9회말 그 순간[PO3]

심진용 기자 2023. 11.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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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형준이 2일 KT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창원 | 심진용 기자



강인권 NC 감독이 기회가 날 때마다 칭찬하는 선수가 있다. 포수 김형준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 ‘인생투’를 펼친 신민혁은 “(김)형준이는 내 머릿속을 읽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타석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김형준은 홈플레이트 뒤에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NC는 플레이오프 2경기, 선발 싸움에서 모두 이겼다. 1차전 에릭 페디가 6이닝 1실점으로 이름값에 걸맞은 공을 던졌다. 2차전 신민혁은 6.1이닝 무실점으로, 그 페디보다 더 나은 기록지를 찍었다. 투수들이 우선 잘 던졌지만, 김형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차전이 끝나고 이강철 KT 감독은 “새 포수가 나오면서 볼배합이 달라지니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차전이 끝나고 강인권 감독은 “김형준의 리드가 있어서 신민혁의 호투도 더 빛난 것 같다”고 말했다. 승장도, 패장도 김형준을 언급했다.

김형준은 2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강 감독이 연일 칭찬을 많이 한다는 말에 “솔직히 제가 뭘 한 건 없는데, 지금 그냥 묻어가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계속 이기고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칭찬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김형준을 두고 경기 전체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다. 김형준은 “투수의 장점, 타자의 단점, 점수 차 같은 걸 종합해서 보고 있다. 볼넷이 필요할 때는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대신 승부를 해야 할 타이밍에는 공격적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차전 9회말, NC는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땅볼 하나면 동점이 되고, 장타 하나면 역전패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 ‘이제까지 야구하면서 그때가 가장 긴장된 순간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형준은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큰일 났다’‘동점으로 막자’ ‘동점은 되겠다’ 정도 생각했을 뿐 달리 긴장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행하는 MBTI 기준으로 ‘T 느낌(이성중심·논리분석형)’이 강하다는 말에 김형준은 “맞다. 70~80% 정도 T”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래서 위기에서도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9회말 주자 3루를 두고도 김형준은 이용찬의 주무기 포크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공을 빠뜨린다고 해도, 제가 빠뜨리고 싶어서 빠뜨리는 건 아니니까”라며 “블로킹 준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고, 만약 빠지면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구나’ 생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 김형준도 김주원의 마지막 끝내기 호수비에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했고, 가슴에 손을 대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형준은 “타구가 너무 애매했다. 그냥 보고 있었다. 공이 가는 게 더 느리게 보였던 것 같다”면서 “주원이가 그걸 잡길래 찐으로(정말) 놀랐다. 역시 ‘우리 주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준은 1999년 11월 2일생이다. 이날이 생일이다. 김형준은 “경기장에서 생일을 보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축하 많이 받았고, 미역국은 안 먹었다”면서 “생일은 원래 잘 신경 안 쓴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창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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