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그들끼리만 편리한 정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제 개편안과 선거구 획정 기준을 놓고 평행선만 달려왔다. 활동 기한이던 4월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자 데드라인을 10월로 연장했다. 그러나 여야는 지난달에도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고, 21대 국회 종료일인 내년 5월로 활동 기한을 재차 연장했다.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지만 이미 법정시한을 7개월이나 넘겼다.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타협을 하기 위해 밤을 새울 정도로 노력하는 게 유권자를 위한 도리다. 그런데 여야는 기한을 너무 쉽게 연장해버렸다. 이렇게 편리한 정치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여야 지도부는 선거제 개편은 뒷전이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태스크포스(TF)까지 발족했다. 국민의힘에 한 방 먹은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떠 전국의 행정체계를 개편하자고 나섰다. 당장 5개월 뒤 총선에서 국민이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할지 문제보다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할지 결정하는 게 우리 국회에는 더 급한 문제인가보다. 이미 법정시한을 7개월 넘긴 선거구 문제에 여야가 김포 편입 문제처럼 열성적으로 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애절한 호소도 전혀 먹히지 않는다.
국회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정치 혐오를 양산하는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지난 총선에서 등장한 꼼수 위성정당은 그중에서도 끝판왕이었다. 그런데도 "선거제 합의가 안 되면 할 수 없지. 또 욕먹어야지"라는 한 국회의원의 말을 듣자니 우리 정치가 정말 국민을 대의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만 커진다. 누구를 어떻게 뽑느냐는 문제를 뽑히는 사람들이 결정하고 있으니 논의에 속도가 붙을 리 없다. 모든 국회의원이 제각각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선거제 개편 권한을 포기하는 게 맞는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도전자들을 쏙 빼놓고 기득권자들끼리 게임 룰을 정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지 않나.
[전경운 정치부 j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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