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던 한동훈과 野 `화기애애`...법사위서 무슨일 있었길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난투전이 벌어지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았다. 한 장관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검찰의 특활비 관련 지침 공개'를 수락하고, 이를 김 의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본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위원장은 감회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올해) 예산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내년도 법무부 예산을 심사하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관리하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구체적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특활비) 80억원 정도가 총액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 국가재정법 위반에다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는 기획재정부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며 "국세청이나 경찰청과 달리 카드를 쓰지 않고, 지침 자체도 비공개여서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춘천·창원지검, 부천·장흥·고양지청 등 여러 사례들이 거론됐는데, 여기에 대해 명확히 해명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총장도 잘못된 집행이라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인정하고 더 열어놓고 봐달라고 했는데, 우선 지침을 공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동안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날을 세워왔던 한 장관은 이날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 장관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지침 공개를 안 해왔는데, (국회에) 오기 전에 결정하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마쳤다"며 "다음 소위 전까지 양당 간사께 공개 지침을 다른 기관에 맞춰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검찰의 특활비 관련 지침을 국회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우리 한 장관이 중요한 결정을 하셨다"며 "한 번 기대를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 사이 질의와 답변 과정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는 지속됐다. 김 의원은 "소년범 출원생들의 생활관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 말씀드렸는데, 국장이 다녀온 것 같다"며 "성의를 보여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장관은 "먼저 국장에게 조치하라고 했고, 제가 시간을 내서 가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법무부 교정 시설의 건강보험 예탁금이 매년 많게는 50억 원 적게는 20억 원 정도씩 부족해져서 이용 전용이 일상화돼 있는 것 같다"며 "올해도 보니까 전년도 대비 똑같이 편성을 해서 한 30억 원 이상 40억 원 가까이 모자라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 데,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못 챙긴 부분인데 심의하시면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교정시설의 노후 기관이 많은데, 누수라도 탐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체를 점검하기 위해 5억 정도 있으면 된다.증액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하자, 한 장관은 "좋은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늘상 설전을 벌여왔던 김 의원과 한 장관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김 위원장은 감격스러워하며 "법사위를 하다보니 김 의원이 한 장관 칭찬도 한다"며 "(올해) 예산 잘 될 거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