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솔라포럼] 효율·비용 잡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태양광 산업의 게임체인저 뜬다
국내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자 한자리에
실리콘·박막 전지 대비 저비용·고효율 확인
안정성까지 확보해 2026년 상용화 도전
태양전지는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대표적인 미래에너지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올해 태양광 발전 투자액이 석유 투자의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 규모는 3800억 달러(약 510조원)로 석유 부문의 3700억 달러(약 497조원) 보다 많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화석 에너지와 청정에너지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전지를 비롯한 청정 에너지 기술의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화석 연료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태양전지는 실리콘과 박막, 페로브스카이트를 주 소재로 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 페로브스카이트는 소재와 공정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상용화 시기를 당기기 위한 연구 결과가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저명한 학술지에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1회 성균국제솔라포럼에는 국내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국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대표적인 국내 연구자인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시작한 성균국제솔라포럼은 올해로 11년째 이어지며 전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ABX₃ 화학식을 갖는 광물을 일컫는 말이다. A, B는 양이온, X는 음이온으로, 흔히 산소를 음이온으로 사용하는 산화 페로브스카이트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양전지 소재로 활용하는 건 X가 할로젠화 이온인 할로젠화(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다. 원소 종류에 따라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효율·비용·안정성’ 셋 중 둘은 이미 달성
태양 전지 개발은 비용과 효율, 안정성의 3가지 기준에 달려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세 가지 요인을 태양 전지의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라 부른다.
태양 전지의 효율은 태양 빛으로부터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기에너지로 얼마나 변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실리콘이나 페로브스카이트 등 태양 전지에 쓰이는 소재는 빛의 입자인 ‘광자’를 전기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즉 소재가 태양 전지의 효율을 대부분 결정하는 셈이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최적화 과정을 통해 실리콘 전지의 효율 20%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박남규 교수와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과 교수 등 한국 연구진도 20%를 훌쩍 넘는 효율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가 26.1%의 가장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박남규 교수는 “연구 단계에서 최고 효율은 다 비슷비슷하다”며 “산업계에서 높은 효율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비용은 ‘헐값(dirt-cheap)’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상용화를 목전에 둔 실리콘 전지보다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하는 소재도 저렴한 탄소 물질이나 유리를 사용해 연구자들은 실리콘 전지와 생산 비용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고 본다.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안정성’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마지막 과제다.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은 수분과 열에 약해 결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친 실리콘 전지는 25년 이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수천 시간 단위로 안정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연구자들은 시험 기간을 늘리면서 수분, 열에 대한 저항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박남규 교수는 마이클 그라첸 스위스 로잔공대(EPFL) 교수와 함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그라첸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성을 높이거나 전처리 물질의 종류를 바꿔가며 최적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 실리콘 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의 ‘탠덤 셀’도 시도되고 있다.
◇한화큐셀·현대차 ‘탠덤 셀’로 상용화 시도
국내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실리콘 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쌓는 탠덤 셀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가 서로 다른 영역 대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테판 디울프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 교수 연구진이 33% 이상으로 효율을 올렸고, 이론적으로는 44%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지난 5월 탠덤 셀 양산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공장에 1365억원을 투자해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한다. 한화큐셀은 지난 3월 탠덤 셀의 효율을 29.3%까지 달성했다.
한화큐셀은 2025년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고효율 태양전지의 양산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유럽연합(EU)의 1500만 유로(약 200억원) 규모의 탠덤 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탈하임 연구개발(R&D) 센터에는 탠덤 셀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2026년 하반기에는 탠덤 셀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도 차세대 전기차에 장착할 탠덤 셀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탠덤 셀 기반의 투명태양전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셀 단위(공인 면적 0.096㎠)의 투과도 50% 평가에서 효율 10%,, 235㎠의 모듈에서는 약 1.5W의 최대 성능을 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2.0W 이상으로 개선하고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공법을 바꿔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겠다”며 “건물용 창문형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자동차 도로에도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전지의 상용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미국 최대 에너지 업체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는 기존 박막 태양전지를 생산하던 인프라를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유럽 등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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