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⑥임상실험→임상시험...차세대한림원이 꼽은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젊은 과학기술인 아카데미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 소속 과학자들을 통해 과학기술계에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Y-KAST는 대체 가능한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9. 드럭 리포지셔닝→신약 재창출
드럭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은 이미 존재하는 의약품이나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약물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약 개발 시 필요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단계 등을 건너뛸 수 있어 개발 비용이 줄어들고 위험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확인된 비아그라가 드럭 리포지셔닝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약물이다. Y-KAST 소속 의약학부는 드럭 리포지셔닝이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차용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신약 재창출’로 쓸 것을 제안했다.
30. 임상실험→임상시험
동물을 대상으로 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전임상실험이라고 한다. 동물 대상 연구에는 이처럼 ‘실험’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시험’이라고 써야 한다. 실험은 연구자가 연구 대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사람은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험 대상이 아니다. Y-KAST 의약학부는 임상실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행해진 인체실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작업은 ‘임상시험’으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31. 대체육→대체단백질식품
대체육은 보통 식물성 고기로 불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생물을 활용해 만들기도 하므로 비동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품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이다. 대체육을 개발하면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 등을 감소시켜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Y-KAST 농수산학부는 대체육에 육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육류로 오인할 수 있는 ‘육’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것을 권장했다. 대체 가능한 적절한 용어로는 ‘대체단백질식품’을 꼽았다.
32 줄기세포치료제→배아/역분화 줄기세포치료제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를 ‘줄기세포’라고 한다. 이 세포를 이용해 당뇨, 심장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배아 줄기세포치료제와 역분화 줄기세포치료제를 모두 줄기세포치료제로 통칭해 쓰는 경우가 많다. Y-KAST 의약학부는 이처럼 구분 없이 사용하면 두 가지를 동일한 치료제로 오해할 수 있으며 인허가 절차의 까다로움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도 명확한 분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배아 줄기세포치료제는 배아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사용한 치료제이며 역분화 줄기세포치료제는 성체에서 취득한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다. 역분화 줄기세포치료제는 배아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이슈가 없고,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33. 인공지능/딥러닝/머신러닝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러닝 등 세 가지 용어는 대체용어가 필요한 단어라기보다는 서로 구분해 사용해야 할 용어로 꼽혔다. Y-KAST 공학부는 세 용어가 같은 의미처럼 쓰이는 일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론이며,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대표적인 방법론이다.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으로 보면 된다. 사람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공지능이 가장 큰 개념이고, 딥러닝이 가장 작은 개념이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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