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방통위에 날린 경고, 방문진 이사 해임 연속 제동
법원 "이사 해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복리 크기 결코 크지 않다"
방통위 "재항고·즉시항고할 것"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해임한 데 대해 법원이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이 정지된 데 불복해 방통위가 낸 항고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도 1일 김기중 방문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두 이사는 본래 지위를 유지하며 방문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판결을 내린 주체도, 심급도 달랐지만 재판부의 주문 이유와 판단은 거의 비슷했다. 방통위가 주장한 이사 해임 사유 상당 부분이 소명되지 않았고, 해임의 타당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방통위 항고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는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이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했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하는데,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 방문진이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해임사유 중 과거에 있었던 MBC 및 그 관계사의 경영상 잘못이나 방문진에 대한 감사지적 사항”이 있는데, “과연 (이사가) 관리·감독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방문진이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에 따른 MBC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방통위 주장에 대해서도 방문진 손을 들어줬다. 김기중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당시 그러한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MBC 특별감사에서도 법령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MBC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해태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 내부 논의 결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김기중 이사가 MBC 특별감사에 대한 부적정한 파견을 거부하지 않고 감사에 참여해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방통위 주장에 대해서도 “(김 이사가) 관찰자로서 파견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MBC 특별감사에서 감사 업무의 독립성, 공정성 등을 해칠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며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법원은 방문진 이사들을 해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복리도 결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특히 (방문진 이사장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뿐이고, MBC 보유 자료의 경우 MBC를 통해 직접 확보할 수 있음에도 감사원은 방문진에게 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감사 지연을 방문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방통위가) 제시한 해임사유가 대부분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그 자체로 타당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사를) 해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복리의 크기가 결코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일 입장문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과 방통위의 즉시항고 기각에 이어 김기중 이사 해임처분 집행정지까지 인용된 것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이 얼마나 억지였고 부당한 것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판부는 권태선 이사장 집행정지 결정과 유사한 논리로 (김기중 이사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내세운 해임 사유의 소명이 부족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조목조목 명확히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중 이사 해임은 지난 9월18일 이동관과 이상인 단 2명의 방통위원만이 독단적으로 의결한 것이었다”며 “권 이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덜 무거운 해임사유임에도 김 이사의 해임을 밀어붙인 것은 방통위가 법원의 결정마저 대놓고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해 방송장악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이동관은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 방문진의 업무를 방해하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7일 재항고와 즉시항고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는 “KBS 이사 해임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다른 판단 및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재항고 및 즉시항고를 제기하여 상급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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