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 있어야 지방이 산다"…돌봄·교육·입시 대대적 지원(종합)
실효성은 "글쎄"…'지역 명문고' 부활에 따른 학교 서열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시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산업·거주여건·문화생태계 정비와 함께 교육여건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고 거주 여건을 개선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인구를 늘리려면 결국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젊은 부부들이 요구하는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교육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한편, 대학 인기학과의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돌봄-공교육-지역인재전형' 등 대대적 지원 검토
2일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은 전날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 가운데 교육개혁 청사진을 구체화한 것이다.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도 교육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인구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교육 분야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교육부는 "지역 발전을 위한 기업 유치를 추진할 때 지역의 교육·정주여건 미비로 우수인재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교육의 틀 내에서 지역 교육력을 높이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발전특구'를 선정하고, 유아교육과 돌봄, 초·중등 공교육 경쟁력 강화, 대학교육 내실화 등 여러 방면에서 종합 지원을 하기로 했다.
우선 젊은 부부의 수요가 큰 유아교육과 돌봄 분야의 경우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해 방과후·돌봄 서비스를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유치원·어린이집 교육과정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는 식이다.
초·중·고교 교육의 경우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을 우선 적용해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지역별·학교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방법을 강구해 공교육 역량을 높이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지역인재 선발 등 다양한 학생 선발방식을 활용하고, 지역 여건을 반영한 교원 인사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
고등교육 부문에서는 첨단분야 등 인기학과의 지역인재 입학전형을 확대해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지역 산업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부적으로 필요한 지원책은 지역에서 '상향식'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사안을 검토·평가·시행할 계획이다.
실효성은 미지수…'학교 서열화·지역 불균형 심화' 우려도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 기초·광역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을 신청하면 구체적인 혁신 계획을 검토해 2024년에 특구를 선정할 방침이다.
지역 특성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구상하는 모델도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시범지역 지정 개수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심사 과정에서 신청 현황과 추진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계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구 운영 기간은 3년이며, 평가를 거쳐 특구 정식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특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돌봄·교육환경이 좋은 학교를 키워 지역에 정주하는 인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 있고 평판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과 입시경쟁을 고려하면 '좋은 학교'의 기준은 결국 대학 진학 실적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최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을 중시하는 '입시 명문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고교 서열화가 심해질 수 있고, 특구로 지정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격차가 더 확대되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의학 계열을 제외하면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정도의 경쟁력을 갖는 대학이 부족해 결국 지방 정주인구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정부가)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대만큼 지원될지 의문"이라며 "(교육발전특구가) 학교나 지역 차원의 우열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노조도 교육발전특구가 실효성 없이 재정만 쏟아붓다가 오히려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논평을 내고 "특구 지정은 차별과 경쟁을 심화시키고 중소도시와 도서벽지 등 다수의 비특구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며 "정책의 내용과 방법, 시기, 절차까지 전면 재고하고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설득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 규제를 풀어서 자율성을 부여하면 학교 서열화와 경쟁을 가중할 수 있다"며 "교육이라는 것은 보편성과 다양성이 중요한데 특구를 만들면 일부 학생들에게 (지원이) 편중되고 학교 간 서열과 경쟁을 부추겨 오히려 다양성을 저해하고 교육이 획일화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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