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너머 문장에 발길이 멈춘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회고전
"나는 누군가의 출근길을 망치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 예술은 삶 전체를 흔드는 것이어야 한다. "
짧은 문장 하나가 삶을 흔들 수 있을까. '언어를 재료로 쓴 조각가'이자 '개념미술의 대가' 로런스 위너(1942~2021)의 문장이 아로새겨진 미술관이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 8월 말 개막한 그의 전시 '언더 더 선(Under the Sun)'이 내년 1월 28일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이어진다. 프리즈서울에서 페이스갤러리 부스 복판에 '온 더 라인 오프 더 라인(ON THE LINE OFF THE LINE)'을 새겨넣은 그 거장이다. 타계 이후 첫 대규모 회고전이자 아시아 최초 개인전은 60여 년 작업을 망라했다. 뉴욕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작업했던 위너는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솔 르윗 등과 함께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을 이끌었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이후에 몰두했던 '언어 조각' 47점을 모아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언어를 하나의 물질로 여기며 이를 재료 삼아 조각적 개념으로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거대한 하얀방에 글자만 새겨져 심심해 보이지만, 의미를 곱씹어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제목인 '태양 아래'는 고요한 미술관과 가장 대척되는 곳. 관람자는 언어만으로 낯선 공간으로 초대된다. 작가는 작품을 마주하는 모든 관람자가 "태양 아래 위치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어떤 수역에 일어난 격랑' 등 문구가 새겨진 벽 앞에서는 보물인 달항아리를 비롯한 조선 백자 7점, 단원 김홍도의 '세마도(洗馬圖)' 등 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이 함께 전시된다. 언어 조각만큼이나 낯선 조합이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주체와 대상' '과정' '동시적 현실'이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펼쳐지는 언어 조각과 고미술품의 어울림의 미학을 만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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