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다시 중동행…미, 난민촌 공습에도 ‘민간인 보호’ 원론 반복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오는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세번째 이스라엘 방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에 대해서도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치고 있어 미국이 실제로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 작전을 억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오는 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주의를 다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또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노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 이후의 가자지구 통치 방안,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포함한 중동 평화 방안도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달 16일에 이어 불과 2주만이다.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 이후 민간인 희생이 잇따르면서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도 미국 정부는 수백명이 희생된 난민촌 공습 등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하는 대신 국제법 존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에 난민촌 공습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별 사건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난민촌 공습에 대한 세부 내용을 수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미네소타주에서 진행한 선거유세에서 난민촌 공습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그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거리를 두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속도를 내자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점차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중동,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임자들과 달리 중동평화를 전담하는 특사를 임명하지 않았고, 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라는 임무를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폐쇄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워싱턴 사무소 복구 등 대선 공약도 실행하지 않는 등 미국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던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여러 결정을 되돌리지 않아 아랍권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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