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가는 지역 명문고교생 나올까···‘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 내년 시작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교육여건을 끌어올려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 대신 고향에서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대학 인기학과의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청년들이 ‘좋은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는 상황에서 ‘인재를 고향에 정주시키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대전 호텔ICC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 공교육을 발전 시켜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해 정착하는 선순환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서 교육발전특구 관련 조항이 빠지면서 우선 내년부터 3년짜리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 비수도권이나 수도권 중 인구감소지역·접경지역 기초·광역자치단체장이 교육감과 함께 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교육부는 시범지역 개수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열어둔다고 밝혔다.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유아·돌봄-초중등-대학교육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구체적 운영모델을 각자 여건에 맞게 만들어 시행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특례를 중앙정부에 상향식으로 제안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한다.
초중고 단계에서는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강화한 학교를 만드는 방안, 지역 산업체나 공공기관 임직원 등을 강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미국 차터스쿨처럼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만 민간 기업 등이 자율권을 갖고 운영하는 학교, 지역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를 위한 학교 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고등교육에서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첨단기술 분야 학과 등의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확대할 수 있다.
특구가 정책목표대로 ‘인재를 길러내 지역에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현실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른바 명문대에 많이 진학하는 학교를 ‘좋은 학교’라 여긴다. 결국 학생 선발권을 이용해 우수한 지역인재를 뽑아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보내는 ‘입시 명문고’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가 원하는 학교도 당장 선호도가 높은 입시 명문고인 경우가 많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1일 공개한 시도별 지방시대 전략을 보면 광주는 AI 영재고 설립, 강원은 국제학교 유치 등을 제안했다.
정부는 지역에 좋은 대학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인재를 정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의학계열 증원을 정부가 적극 검토 중인데 현재 40%인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특구에서는 더 확대할 수 있다”며 “지역에도 수도권 대학과 (비교해) 경쟁력있는 학과들이 한두 개씩은 있어서 지역인재전형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열을 제외하면 서울 상위권 대학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대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산업불균형 해소나 좋은 일자리 창출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교육발전특구가 자리 잡으면 인재 유출의 또 다른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로 지정된 지역 인근에서 인구가 유출돼 군소도시 등을 황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밀집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중소도시의 학령인구를 뺏어와 ‘학교 없는 지역’이 늘어나고, 특구로 지정되지 못한 다수 비특구 지역의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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