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나? ‘차세대 테니스 황제’가 맞은 고비
“‘빅3’의 어떤 선수보다 25세가 되기 전에 더 많은 그랜드슬램 우승할 것.”
‘차세대 테니스 황제’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를 향한 평가였다. 그런 알카라스가 흔들리고 있다.
알카라스는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파리 마스터스 2회전(32강)에서 로만 사피울린(45위·러시아)에게 0-2로 무기력하게 졌다. 알카라스는 지난 9월 중국 베이징 대회 준결승, 지난달 상하이 마스터스 16강 탈락한 뒤 스위스 바젤 실내 대회를 왼발과 허리쪽 부상으로 기권했다. 그리고 이날 복귀전으로 택한 첫 경기에서도 졌다.
알카라스는 지난 7월 윔블던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풀세트 명승부 끝에 생애 두 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지만, 이후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알카라스는 올해 6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63승9패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성적(5개 우승 포함 57승13패)을 뛰어 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패배가 집중되면서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까다로운 플레이 스타일로 오히려 그가 기진맥진한 것 같다”고 했다.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멘털과 코트 구석구석을 커버하는 빠른 발로 상대 공을 놓치지 않는 서커스 같은 수비력,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스트로크 플레이 등은 알카라스의 강점이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 스타일이 신체적인 피로감과 부상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지난 시즌 막바지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다리)에 불참했고, 프랑스오픈에 앞서서도 허리, 다리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진 바 있다.
알카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몸 동작과 반응이 확실히 느려 보였다. 그러면서 27개의 언포스트에러로 스스로 무너졌다. 알카라스는 “경기에서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샷은 괜찮았지만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며 몸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알카라스에겐 ‘테니스 황제’로 가는 데 있어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알카라스는 오는 1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ATP 파이널스에 출전한다. 알카라스는 “ATP 파이널스까지 시간이 있다. 다만 내가 플레이하고 싶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얘기를 할 상태는 아니다”며 휴식이 필요한 상황임을 내비쳤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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