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3% 넘는데… 여윳돈 4조원 0%대 통장에 방치한 지자체들

김경필 기자 2023. 11.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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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4조원 넘는 돈을 금리 연 0.7% 안팎의 보통예금 통장 등에 방치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자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관리·운용 개선에 관한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43곳 중 220곳은 각기 ‘통합재정안정화기금’(통합기금)을 설치해 이 기금에 여유 자금을 넣어두고 있다. 220개 통합기금에 들어 있는 돈은 지난해 말 기준 31조4035억원에 달한다.

권익위가 지난 2월부터 220개 통합기금을 전수조사해 보니, 이 가운데 4조2422억원은 연 금리가 평균 0.77%에 불과한 보통예금 또는 ‘공금예금’으로 예치돼 있었다. 일부 지자체는 통합기금을 금리 연 0.10%짜리 예금 계좌에 방치해두기도 했다. 이 돈을 정기예금이나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형태로 예치했다면 당시 기준으로 적어도 연 2.44%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서 지자체 220곳이 1년에 최소 1036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실제 이자 손실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최근에는 정기예금이나 MMDA의 금리가 연 4%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 지자체가 통합기금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다수 지자체에는 통합기금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없고, 직원 1~2명에게 관련 업무를 맡겨놓고 있다”고 했다. 통합기금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서울시도 담당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

지자체 26곳은 통합기금을 개별 직원이 함부로 인출할 수 없는 ‘공금예금계좌’가 아닌 보통예금계좌에 넣어두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수입·지출은 지난해 4월부터 모두 공금예금계좌를 통해 하도록 의무화됐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권익위는 “보통예금계좌로 자금을 관리하게 되면 공금횡령 등 각종 사고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자체들은 통합기금의 운용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기금 운용과 관련된 전문성이 없는 민간인들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권익위는 여러 지자체의 통합기금 운용 심의 관련 위원회에 “골프학과, 레저스포츠학과, 물리·심리치료학과, 재활트레이닝학과, 항공운항과, 외식조리학과, 조명학과, 방송기술학과, 안경학과 교수나 이장, 통장, 부녀회장, 농가주부모임연합회장, 자영업자 등 기금 분야 전문성이 불분명한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 243곳에 통합기금을 공금예금계좌에 고금리 예금 등의 형태로 예치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기금 운용 심의 관련 위원회에 민간 전문가를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게 하는 등으로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행안부와 각 지자체는 내년 6월까지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로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전국 지자체의 통합기금 관리 부실로 발생한 연간 이자 손실 1000억원 상당의 추가 재정 수입이 예상되고, 추가 확보된 예산은 국민을 위해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예산 낭비나 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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