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값 3만원 안 내려던 유튜버의 사기 행각, CCTV에 딱 잡혔다

김명진 기자 2023. 11.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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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에 있던 머리카락을 식탁위에 슬쩍
30만원 벌금 “억울하다” 불복… 法 “벌금 500만원”
지난해 8월 6일 강원도 춘천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던 A씨 일행의 모습. A씨가, 주문한 햄버거를 다 먹은 뒤, 옆 의자에 놓인 담요에서 머리카락을 집어들고,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나서, 테이블 위 냅킨에 머리카락을 올려두고 있다. /독자 제공

햄버거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속여 식당에서 음식값 2만7800원을 환불받은 ‘구독자 96만’ 여성 유튜버가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179배가 넘는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유튜버는 재판 내내 “누명을 썼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최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후6시 57분쯤 모친 B씨와 공모해 춘천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한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구해 2만7800원을 환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사기 행각은 당시 식당 내부를 찍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보면, A씨는 모친 B씨와 군복 차림의 한 남성과 함께 햄버거를 주문해 식사한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18분쯤 뒤 음식을 다 먹은 A씨는, 음료수를 빨대로 마시던 중 옆에 있던 의자로 오른손을 내민다.

강원 춘천시 한 햄버거 가게에서 유튜버가 머리카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모습./ 독자제공

의자 등받이에는 담요가 걸려 있다. A씨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가져가더니, 담요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을 떼어내고서는, 얼굴 가까이로 가져와 유심히 살펴보며 ‘확인’을 한다. 그 뒤 머리카락을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에 올려두고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B씨에게 말을 건다.

B씨는 A씨가 내려놓은 머리카락과 A씨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A씨는 그 머리카락을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맞은편에 앉은 B씨와 대화하더니, 마스크를 쓴 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뒤 B씨가 나선다. 그는 머리카락이 놓여있는 냅킨을 가게 직원에게 보여준다. 그러고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환불해 달라. 메뉴를 전부 나눠 먹었기 때문에 전부 환불을 받아야 한다. 같이 먹던 딸은 비위가 약해 구역질을 하러 갔다. 기분이 너무 나쁘다.”

수사기관은 제출받은 CCTV 영상을 본 뒤 A씨 모녀의 사기 혐의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햄버거값을 안 내려고 꾸며낸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피해액 등을 고려해 A씨 모녀를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도 같은 액수의 벌금으로 약식명령을 내렸는데, 정작 A씨는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모친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 30만원이 확정됐다.

A씨는 법정에서 “그간 살면서 베풀진 못해도 죄는 짓지 않겠다며 살았는데 누명을 써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경험칙상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옆 좌석에 놓인 담요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한 후 이를 떼어내어 식사하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은데, 피고인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이유와 경위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가로챈 금액의 정도를 떠나서 이런 범행으로 인해 요식업 종사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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