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73만원 월 이자 '껑충'…지난해 영끌한 서민들 눈물의 전세살이

전세대출 금리, 기존 차주가 신규 차주보다 1%p 높아...기존 차주는 '금리 인하' 적용 못받아

#최근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대출(이하 전세대출) 금리 조정을 통보받은 직장인 이모씨(38)는 '5.86%' 금리에 깜짝 놀랐다. 지난해 8월 2.77%였던 금리가 6개월 간격으로 조정되면서 최근 5.86%까지 오른 것이다. 월 납입해야하는 이자도 35만원에서 73만원으로 2배 이상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리가 조정된 전세대출 차주들이 높은 금리에 놀라고 있다. 평균 5%가 넘고 일부는 6%에 육박하는 조정 금리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자장사' 논란에 은행들이 앞다퉈 전세대출 금리를 낮췄지만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돼 기존 차주는 인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허점이 발생했다.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 대출을 받는 게 이자가 더 싸진 셈이다. 전세대출은 2년 만기 특성상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 대출 만기일만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 잔액 기준 전세대출 가중 평균 금리는 5.17%로 신규취급된 전세대출 금리 평균보다 0.99%포인트(p) 높았다. 기존에 전세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의 금리가 새로 대출받는 차주보다 높다는 의미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를 기준으로 기존 차주와 신규 대출자의 평균 금리 차이는 하나은행이 1.43%p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0.93%p △신한은행 0.91%p △NH농협은행 0.76%p △국민은행 0.59%p 순이다.

기존 전세대출 차주(잔액 기준)의 평균 금리는 지난 2월 5%를 넘어섰고, 지난 4~5월 5.29%로 정점을 찍은 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금리산정 주기가 도래한 차주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새 금리가 대부분 5%를 훌쩍 넘는다. 전세대출은 주로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뀐다.

반면 새로 전세대출을 받는 차주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5.16%까지 올랐다가 지난 5월 4.09%까지 떨어진뒤 지난 9월 4.18%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를 지나며 금리가 급격히 낮아졌고, 기존 차주와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5월에는 차이가 1.2%p까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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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장사' 논란에 은행들 앞다퉈 전세대출 금리 인하...기존 차주는 적용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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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전세대출 금리 하락은 기준금리로 쓰이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비수)가 하락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은행권이 금리를 인하한 영향이 크다. 올해 초 이자장사 논란과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앞세워 전세대출 금리를 낮췄다.

올해 1월에만 국민은행이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1.3%p 낮췄고, 하나은행도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의 우대율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췄다.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도 내놨다.

하지만 은행들이 내놓은 금리인하는 신규 차주가 대상으로 기존 차주는 적용을 받지 못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기존 차주는 이전에 계약한 조건으로 금리가 6개월마다 재산정됐다. 기준금리는 높아졌고, 특히 우대금리 적용폭이 신규 차주보다 적은 상황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전세대출 금리 구성을 뜯어보면 우대금리에서 기존 대출자와 신규 대출자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신규대출자는 우대금리가 평균 2.41% 적용됐지만 기존 대출자는 절반인 1.21%에 불과했다. 그만큼 기존 차주의 금리가 높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7042억원이다. 올해 1월이후 잔액이 8조7140억원 줄었다. 그만큼 기존 차주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이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인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만기가 2년인 전세대출 특성상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갈아타기 위해서는 우선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세대출을 1억원 받고 중도상환수수료가 1.4%일 경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는 70만원이다. 새로 대출받을 때의 금리차와 비용 등 감안했을 때 옮기기가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올해 초부터 전세대출을 낮춘 상태로 시장금리 등을 감안했을 때 신규 대출자는 마진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이미 대출받은 차주는 기존에 작성한 대출 계약 등을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