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5억 원 우승 청부사, TEX의 62년 묵은 한 풀었다… 코리 시거가 쓴 역사, 이제 데릭 지터 조준한다

김태우 기자 2023. 11. 2. 1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월드시리즈 MVP에 오른 코리 시거
▲ 시거는 포스트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치며 62년 묵은 텍사스의 한을 풀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2022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공‧수를 갖춘 좋은 유격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한 팀의 주전 유격수를 쉽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유격수 포지션이 급한 많은 팀들이 시장을 분주하게 오갔다.

코리 시거(30‧텍사스)는 그 유격수 시장에서도 정점에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 카일 시거의 동생으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형제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는 코리 시거는 입단부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2년 LA 다저스의 1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공‧수 모두에서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성장은 순조로웠다. 2015년 22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좋은 기량을 가진 스타들이 많은 다저스였지만, 시거는 프리패스였다. 구단의 유격수 및 내야 운영이 시거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뤄졌다. 그만큼 애지중지였다. 실력으로도 보여줬다. 2015년 27경기에 뛰며 메이저리그의 감을 익힌 시거는 2016년 157경기에서 타율 0.308, 26홈런, 7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7이라는 대활약을 펼치며 단번에 올스타 선수가 됐다. 신인상은 물론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 탓에 쭉쭉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유리몸’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2018년 26경기 출장에 그쳤고, 2021년도 부상으로 95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진 능력은 확실했기에 많은 팀들이 눈독을 들였다. 소속팀 다저스도 시거와 재계약을 고려했지만 치솟는 금액에 발을 뺄 정도였다. 최종 승자는 당시 리빌딩을 마치고 달려야 할 시점을 잡고 있었던 텍사스였다.

페이롤을 많이 비운 텍사스는 시거에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결국 10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65억 원)이라는 잭팟을 안기며 시거를 품에 안았다.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는 의견부터, “부상이 많은 선수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안겼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했다.

첫해 성적이 좋지 않아 이런 비판적 의견은 비등해졌다. 시거는 텍사스에서의 첫 시즌인 2022년 151경기에서 타율 0.245에 머물렀다. 33개의 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타율이 너무 떨어졌다. 올해도 잘 나가다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혔다. “또 이렇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시거의 영입을 후회할 만한 텍사스 팬들은 아무도 없다.

시거는 올해 정규시즌 119경기에서 타율 0.327, 33홈런, 96타점, OPS 1.013을 기록하는 등 대활약했다. 그 감을 이어 가 포스트시즌에서도 폭발했다. 시거는 올해 포스트시즌 17경기에 나가 타율 0.318, 6홈런, 12타점, OPS 1.133을 기록하며 텍사스의 감격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텍사스의 62년 묵은 한을 푼 주인공은 단연 시거였다.

▲ 4차전에서 결정적인 투런포로 맹활약한 코리 시거
▲ 내셔널리그에 이어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코리 시거

단순히 성적만 좋았던 게 아니었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앞서 나가는 홈런, 동점을 만드는 홈런, 경기를 결정짓는 적시타를 때리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리드오프인 마커스 시미언이 포스트시즌 초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시거가 뒤를 받쳤기에 텍사스 타선이 기를 펼 수 있었다. 월드시리즈 5경기만 놓고 보면 타율 0.286, 3홈런, 6타점, OPS 1.137의 대활약을 펼쳤다. 월드시리즈 MVP로 시거가 선정된 것은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애리조나와 1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1안타가 홈런이었다. 2차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3차전부터는 대활약으로 텍사스의 질주를 이끌었다. 가장 중요했던 3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승리에 일조한 것은 물론, 4차전에서도 경기의 판을 굳히는 2점 홈런을 기록하는 등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그리고 마지막 5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에 볼넷 하나를 고르며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췄다.

시거 개인적으로는 2020년 LA 다저스 시절 이후 두 번째 MVP다. 시거는 2020년 월드시리즈 당시 6경기에서 타율 0.400, 2홈런, 5타점, OPS 1.256의 대폭발로 다저스의 한을 풀었다.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모두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기념비적인 선수로 남았다. 시거는 MVP 수상 후 “팀의 일원이 돼 행복하다. 정말 굉장한 순간”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거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다. 통산 78경기에서 19개의 홈런을 쳤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시거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유격수는 불세출의 선수이자 훗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데릭 지터(20개), 단 하나다. 시거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이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텍사스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한 가운데, 시거의 활약은 텍사스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전망이다.

▲ 코리 시거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