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가 3000원? 이건 못 참지”…중국산 알고도 ‘직구’
‘짝퉁’ 리스크에도 점점 인기
알리 이어 테무·쉬인 등 가세
올 ‘직판-직구’ 5조 적자날듯
3년전 2조 흑자서 대폭 손실
“韓쇼핑몰 해외직판 지원을”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플랫폼 공세가 거세지면서 올해 해외 온라인 ‘직구 수지’(해외 직판매와 직구매 총액의 차이) 적자가 5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합리적 소비에 관심 있는 한국 소비자는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쇼핑 일정까지 챙기며 직구를 늘리는 반면, 한국 제품 직판의 주요 소비자이던 중국 보따리상(다이공)들은 하이난 면세 특구 등으로 구입 채널을 대거 변경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지면서 직구 부문에서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통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선 2조4253억원의 해외 직구 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1분기 역대 최초로 1조원대 적자(1조2440억원)가 발생한 후 2분기에도 1조1813억원의 적자가 나면서다. 온라인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가 1분기 1조5279억원, 2분기 1조6349억원으로 규모를 키워간 반면, 온라인을 통해 국내 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 ‘해외 직판’(역직구)은 상반기 합계 7375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직구수지 적자폭은 5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4분기는 중국과 미국 유통가가 각각 역대 최대 규모 온라인 할인 행사를 준비하면서 직구 수지 적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지난 24일부터 광군제(11월 11일·솽스이) 사전 판매에 돌입했으며, 아마존 등 미국 이커머스 업체는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4일)를 한 달이나 앞두고 파격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직구족은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직접 공략하거나, 국내 이커머스가 준비한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일정을 챙기며 ‘핫 딜’ 상품에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짝퉁’과 ‘낚시 상품’ 리스크에도 소비자들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늘리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 있다. 40대 남성 A씨는 “초저가 상품의 환불을 요청했는데 원래 상품을 회수하지 않고도 즉각 환불해줬다”며 “아이들 장난감처럼 국내 쇼핑몰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상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품 소개 문구에 비해 품질이 한참 떨어진 상품을 받거나, 아예 상품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음에도 알리익스프레스를 지속 사용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애초 초저가 상품이었기 때문에 손해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쇼핑몰을 향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중국은 한국의 직구 시장 1위 국가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에서 이뤄진 해외 직구는 3조1628억원인데, 그중 44%인 1조4024억원이 중국 직구다. 이는 전년 상반기 6809억원에서 2배 이상 커진 것이며, 기존 해외 직구 1위 국가였던 미국(9397억원)의 상반기 기록을 1.5배 넘어선다. 해외 직구 거래액은 최근 매년 1조원가량 늘고 있는데, 대부분이 중국 직구 증가분이다.
직구 수지 악화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중국 직구 업체가 ‘세계의 공장’으로서 자국 경쟁력을 앞세워 유통 마진을 대폭 줄이는 데다가, 빅데이터와 IT(정보기술) 강점을 접목해 글로벌 쇼핑앱(애플리케이션)을 잇달아 선보여서다. 중국 쇼핑앱 테무는 지난 7월 최대 90% 할인행사를 내세우며 한국 시장에 등장한 이후 현재 애플 앱스토어 (11월 2일 일간 기준) 전체 앱 다운로드 1위다. 테무 외에 타오바오, ‘중국판 유니클로’ 패션 쇼핑 앱 쉬인도 유통 단계를 줄인 박리다매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쿠팡,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 대표 기업이 해외 직판 확대에 속도를 내지만, 여전히 직구 확장세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는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한편, 정부는 직판을 지원하는 등 민관 합동 대응으로 직구 수지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운영 중인 웹사이트를 단순 번역해서 해외 고객에게 다가서는 직판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며 “해외 소비자들은 이런 식의 사이트에선 구매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이 우리 무역 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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